[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해 업계에서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내용과 투자현황, 재무정보 등을 제공하는 공시 플랫폼이 선보인 데 이어, 최근 각 프로젝트의 기술성과 사업성 등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블록체인 전문 평가기관이 등장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프로젝트 평가법인으로 프로젝트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하고, 평가등급과 함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국블록체인평가가 출범했다. 한국블록체인평가는 민간 전문가 집단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개별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기술력, 진척도, 비전 등을 검토하고 이를 투자자 등 이해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정보(현 나이스그룹)에서 근무했고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최종관 대표를 비롯해 신용평가위원과 기술 전문가들로 인적 구성을 마쳤다.
한국블록체인평가에 따르면 기존 신용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 평가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각 프로젝트별 특성을 고려해 기술적 차별성과 미래 사업성 분석을 토대로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획자와 보안 전문가 등 외부의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꾸렸다. 회사 관계자는 "블록체인 업계는 초기 정착 단계로 관련 법 제도가 정비되는 과정에 있다"며 "특히 프로젝트 정보 공개가 취약하고 공시 시스템도 미비해 생태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향후 기획과 기술,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전문가들로 구성한 자문위원회와 함께 프로젝트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평가등급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블록체인평가는 민간 전문가 그룹과 함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평가등급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한국블록체인평가
업계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들이 제공되고, 이를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자체적으로 백서를 공개하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프로젝트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단계 자금모집이나 유사수신 등과 같은 수많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상당 부분 단편적인 정보와 보완 장치의 미비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미국의 경우, 와이스레이팅스와 같은 평가기관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등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평가는 평가등급으로 기술분석 결과에 대한 기술등급과 사업분석 결과에 대한 사업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합산해 최종등급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최종등급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보유한 AAA 등급부터 기술력과 사업성을 평가할 근거가 없다는 평가불능의 D 등급까지 10단계로 나뉜다. 현재 한국블록체인평가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첫 번째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등급과 요약보고서를 공시한 상태다. 차지인의 '전기차 충전 플랫폼 프로젝트(EVZ)'로, 이 프로젝트는 사업성 등급 ‘B4’와 기술성 등급 ‘T5’를 받아 최종등급이 보통인 BB로 평가됐다.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의 운영사 크로스앵글이 지난 2일 주요 거래소들과 시장 건전화를 위한 공동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크로스앵글
한편, 이달 초에는 크로스앵글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이 공식 론칭됐다. 쟁글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에게서 정보를 받아 기업 정보와 공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암호화폐 전문 공시 플랫폼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도와 투명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빗썸과 코빗, 한빗코, 비트소닉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협력하고 있다. 그동안 베타 서비스를 운영하며 353개의 프로젝트 공시 정보를 공개했다. 이들 중 프로젝트가 직접 쟁글을 통해 정보를 공시한 곳이 118개(약 33%)에 달할 만큼 플랫폼 활성화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시장 건전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암호화폐 상장 심사에 쟁글의 공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상장 절차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기회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거래소들도 상장 절차나 공시제도 등 기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업계 신뢰를 높이는 일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이런 자구 노력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제도화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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