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행의 시작과 끝, 공항에서 만나는 우리 전통주
2025-06-16 06:00:00 2025-06-16 06:00:00
얼마 전 청주 국제 공항 면세점에 충북 전통주 10종이 입점했다. 특정 지역 술들이 면세점에 입점한 것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해외로 출국할 때 공항 면세점에서 전통주를 보는 일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오며 많이 구매하는 품목 중 하나가 술이다. 위스키, 코냑, 와인, 사케 등은 기념품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술을 면세점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 대부분의 공항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특히 자국의 술을 여행객에게 소개하는 공항 면세점도 많다.

최근 K-컬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대표적인 관문은 공항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348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인원은 약 1,101만 명에 달한다. 내국인을 포함한 인천공항의 이용객 총수는 약 7,066만 명으로, 국제 여객 수 기준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대부분의 이용객은 공항 면세점을 한 번쯤은 거치게 된다. 과거 면세점은 단순히 세금이 면제된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여행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면세점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국내외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 매장 9곳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2곳을 유치했으며, 앞으로는 사업 경력 20년 이상의 ‘백년가게’ 등 지자체가 인정한 맛집만 입점할 수 있는 푸드코트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많은 이용객이 오가는 공항은 오래전부터 마케팅의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명품 브랜드들은 면세점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 장소로 활용한다. 면세점 입점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주류 역시 오래전부터 면세점을 통해 고급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며 프리미엄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한때 면세점에서 고급 위스키나 와인을 구매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현재도 면세점 주류 코너는 수입 고급 주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 위스키 브랜드가 인천공항 내에 체험형 팝업 매장을 운영하며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브랜드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면세점이 주류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통주는 이러한 흐름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2018년 ‘코리아 고메 마켓(Korean Gourmet Market)’이라는 우수 국산 농식품 홍보관이 잠시 운영되며, 농산가공품과 함께 전통주가 소개된 적은 있다. 하지만 전통주만을 위한 상설 홍보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면세점에서의 전통주 판매는 미미하고, 점유율 또한 극히 낮다. 전시된 위치나 제품의 종류를 살펴보면, 전통주가 공항 면세점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고급 외국 주류들이 즐비한 공간에서 전통주는 구석에 비좁게 전시돼 있거나, 제품 수도 적어 자칫 ‘들러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재 면세점 구역 내에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 전통문화 홍보 공간이 여럿 마련돼 있다.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전통공예 체험, 국악 공연 관람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공간에 전통주를 함께 소개한다면, 우리 전통문화와 술을 함께 알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통주와 우리 술의 세계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통주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외국인에게 단순히 면세점에서 전통주를 판매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그래서 공항에서 전통주 정보를 제공하고, 면세점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식문화나 K-푸드를 소개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전통주 단독 홍보가 어렵다면, 한식과 전통주를 함께 소개하는 복합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우리 식문화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면, 많은 내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스쳐 가는 공항 면세점 공간을 우리 전통주를 알리는 거점으로 활용해 보자. 공항이라는 공간에 전통주라는 콘텐츠가 더해진다면, 단순한 주류 판매를 넘어 새로운 전통주 홍보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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