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급여의 무게
2019-09-29 06:00:00 2019-09-29 06:00:00
지난 26일 ‘세종충남지역노동조합 부여군 비정규직지회(이하 노조)’가 부여군과 단체교섭안을 잠정 타결했다. 공무원의 임금 인상율 1.8%보다 0.6% 많은 2.4%다.
 
잠정 타결 하루 전인 25일 부여군 공직자 내부게시판에 노조의 집회를 비난하는 익명의 글이 올라와 공무원들이 동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의 핵심은 노동 3권을 존중하지만 투쟁의 상대는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이 아니라는 것이고,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이 수개월 째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부여군은 2017년부터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대폭 전환시켰다. 군은 2017년에 25명, 지난해에 1월에 22명, 7월에 17명, 11월에 31명, 올해 1월과 3월에는 43명 등 총 138명이나 기간제에서 무기직으로 전환했다. 또한, 2016년부터 공무원들의 임금인상률 1.8%를 훌쩍 뛰어넘는 7.19%의 조건으로 임금을 인상했다. 다음 해인 2017년에는 11.6%로 인상했고, 지난해에는 10.9%나 인상했다.
 
이같은 처우 개선이 이뤄진 배경에 가장 주목해야 될 부분은 시대적 요구였다. 이미 사회적으로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최저 생활 보장 등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는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수개월 동안 부여군청 앞 계백장군동상 회전교차로의 주차 공간 여러 칸을 점유하며 집회를 하던 노조는 점점 동조세력을 잃기 시작했다. 소음으로부터 시작된 집회는 주차장 점유, 공무원들과의 처우 비교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등을 보였다.
 
특히 8급과 9급 공무원들은 노조의 주장에 ‘역차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무기계약직보다 자신들의 급여가 낮은 것도 이해불가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공무원이 되기까지 수년에 걸쳐 고시방을 전전하면서 학원비와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도 충당하지 못해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무수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지만, 처음 받은 급여를 보고는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자괴감은 급여의 차별만이 아니었다. 자신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이들이 기간제나 무기계약직으로 먼저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하급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공무원 생활은 살얼음판 그 자체였다. 각종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문서 기안자까지 징계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배의 대우를 받는 무기계약직들은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나 있었다. 심지어 일부 부서에서는 선배 공무원 뿐 아니라, 무기계약직까지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8급과 9급 공무원들은 부서의 사무보조 역할까지 과중된 업무를 떠안아야 했다.
 
한 공무원은 “모든 공무직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는 이들은 공무원보다 나을 때가 많다. 오히려 공무원이 더 일을 하지 않는 상황도 있다. 그렇지만 출발점이 다른 상황에서 업무를 회피하는 공무직들도 한 부서에서 한 명 이상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인사는 이런 급여체계와 역차별에 대해 “급여는 경험의 대가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라고 정의했다.
 
김종연 충청지사 부장(kimsto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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