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IPTV가 송출수수료 인상을 주도해 홈쇼핑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IPTV가 5G 투자 비용으로 실적이 부진한 것과 관련 그 부담을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IPTV가 수수료를 올려도 TV쇼핑과 T커머스 사업자 간 채널 경쟁이 격해 인상분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IPTV가 어부지리를 이용하는 가운데 상품을 파는 중소기업 부담으로도 이어져 상생 생태계를 망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TV홈쇼핑업체 관계자는 26일 “IPTV가 송출수수료를 대폭 올리려고 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후발주자인 T커머스 사업자가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좋은 채널을 차지하려고 해 경쟁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IPTV간 5G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그 출혈 여파가 가혹한 수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의심했다.
IPTV 송출수수료는 가장 (가입자 수)점유율이 높은 KT가 올해 20%가량 인상해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인상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그간 유료방송사업자(IPTV, 위성, 케이블) 전체 송출수수료는 2014년 이후 매년 7~9% 수준 인상률을 보여왔다. 이번엔 IPTV가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과도한 인상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IPTV의 이런 고자세가 5G 출혈경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통신사들이 올해 5G 투자를 대거 늘리면서 다른 쪽의 수익과 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KT의 경우 2분기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줄었다. 판관비 등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난 탓이다. 현금 지출도 크다. 5G기지국 구축을 위한 가입자망 투자 확대로 상반기 케팩스(CAPEX)가 1조3541억원이다. KT는 2012년 이후 매년 케팩스가 줄었는데 올해는 지난해 1조9770억여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매출 구성을 보면 주력인 유무선 사업은 횡보하는 반면, IPTV 가입자 및 플랫폼 수익 기반 미디어 부문이 매분기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수익 중 하나인 송출수수료가 지출을 메꿀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속에 주요 TV홈쇼핑 업체들은 줄줄이 이익이 줄어드는 실적 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지는 판매수수료에서 송출수수료 비중은 이미 53.3%나 된다. 과도한 송출수수료 인상은 판매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져 홈쇼핑산업 상생을 저해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TV홈쇼핑은 GS홈쇼핑, CJ ENM,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쇼핑, 홈앤쇼핑, 공영홈쇼핑 총 7개 회사가 현재 영업 중이다. 여기에 T커머스 사업자로 GS홈쇼핑과 CJ ENM,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쇼핑 등 TV쇼핑 5개사와 KTH 등 비 홈쇼핑 5개사를 포함해 총 10개 사업자가 경쟁하며 IPTV가 수수료 협상 우위를 점하게 해준다.
TV홈쇼핑 방송촬영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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