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서울 한 재개발 지역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두 건설사가 진흙탕 경쟁을 벌였다. A건설사는 재개발조합이 공식으로 홍보관 부지를 제공하기도 전에 조합원을 만나 선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홍보관 이외 장소에서 개별 홍보를 했다는 건데 사실일 경우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지침’ 위반이다. 지침상 입찰업체는 조합이 제공한 홍보공간에서 방문한 이들을 상대로만 홍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경쟁사인 B사 역시 질 수 없다며 나섰다. 개별적으로 조합원을 만났다는 것이다.
규정을 어기는 과열홍보에 이어 거침없는 비방전도 이어진다. B사 관계자는 백과사전 두께의 자료집을 펼치면서 경쟁사가 제시하는 설계안이 서울시 조례와 관련 법령을 위반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상대의 설계안을 보면 하루만에 대충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비꼬았다.
선물공세도 쏟아진다. 국토부 지침상 금지되는 이사비를 이주비라는 명목으로 지원한다고 했다가 삭제하는가 하면 무상품목을 대거 제공하기도 한다.
수주를 위한 이전투구 이후 남는 건 조합원과 일반 소비자의 피해다. 업계의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비방전에 휘둘리기 쉽다. 홍보관 담당자들은 현란한 말솜씨를 동원해 잠재 소비자에게 상대측 비방을 속사포로 쏟아붓는다.
업체의 파격 지원이 무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시공사의 사업비 증가는 추후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가 오를 여지가 생긴다.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건설사는 어떻게든 공사비를 늘려 수익성을 확보한다"라고 꼬집었다.
조합이 제지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자칫 법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수년에 걸쳐 추진해온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사실상 이전투구가 방치된다.
정부 대응도 명쾌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재개발 단지 사업장을 관리감독하고, 관심이 몰리는 곳에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점검을 나서기도 하지만 적발건수는 좀체 줄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서울내 5개 조합에서 시공사 입찰에 관한 부정 사례는 11건, 2018년에는 5개 조합 13건이다. 입찰 참가 업체의 부정행위가 음성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일부에 한정된 점검이란 것을 고려하면 적발되지 않은 부정행위는 더 많아질 것이다.
일감 확보, 중요하다. 그러나 관련 규정을 어기고 비방에 몰두하는 난타전은 불공정 경쟁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버젓이 존재하는 법령을 밟고 지은 아파트를 보면 뒷맛이 쓴 까닭이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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