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도시경관 측면에서 비슷한 아파트 디자인을 바꾸겠다는 서울시의 시도가 자칫 분양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계 용역을 경쟁입찰에 붙인다는 방침인데, 제반 비용이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만큼 고가의 설계안은 수주가 어려울 것이라며 기우로 보는 시각도 있다.
12일 서울시청에서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도시건축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건설 분야 학계는 혁신안에 포함된 현상설계 공모가 분양가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상설계 공모로 경쟁 입찰을 진행하면 건축설계사가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비용을 더 쏟고 그만큼 입찰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오른 입찰가가 분양가에 산정돼 인상 가능성이 생긴다”라고 덧붙였다.
현상설계 공모는 건축 디자인 설계를 입찰 과정을 거쳐 선정하는 방식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설계 점수 등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최저가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수주를 확정할 수 없어 건축설계사무소들이 더 많은 비용을 들이며 디자인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입찰가 상승으로 이어져 분양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현상설계 공모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하며 이같은 내용을 다뤘다. 재건축 사업 등 도시 정비 사업의 전 과정에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개입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디자인을 탈피해 다양한 경관을 조성하려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분양가 인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가의 설계안은 지양하는 방향으로 재건축 사업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는 현상설계·국제현상설계 공모에 각각 1억원, 5억원 내외로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으로 분양가 인상의 우려를 덜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이론상으로는 설계 공모가 분양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치면서도 “고가의 설계안은 서울시가 통제해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도 있다”라고 동조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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