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5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의 국정과제다. 과거 무분별한 토건 사업에서 벗어나 도시 본연의 모습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현재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 중 전라남도 순천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막상 사업에 선정되고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모르는 타지역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 역시 순천이다. 벚꽃이 만개한 지난 3일에도 아산시 공무원들이 현장답사를 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년 6월18일 순천시 주민들이 순천 장천동에서 열린 도시재생 뉴딜사업 성공다짐 주민축제에 참여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순천시
도시재생 뉴딜사업 주인은 '주민'…하향식→상향식 사업 추진
순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철저히 주민 중심이다. 주민이 제안과 추진 이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다. 앞서 순천는 지난 2007년 순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계속되는 인구 유출과 도심 노후화 때문에 시가 해법을 찾아 나선 것이다. 사업 초기 순천시는 변화를 모색했다. 익숙했던 관 주도의 하향식 사업추진 방식을 버리고 주민 중심의 상향식 사업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초기 사업 진척 속도와 예산 집행이 다소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는 정부 평가를 염두에 둔 사업이 아니라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다보니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업으로 전개하기 보다 사업의 성과가 주민에게 돌아가게 하려다 보니 밖에서 보기에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평가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순천시는 서두르지 않았다. 조금 느리더라도 주민이 대화하고 합의안을 도출할 때까지 기다리며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런 시행 끝에 순천시의 뉴딜사업은 모든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학종 순천시 도시기획팀장은 "주민들이 합의해 결정한 사안은 대통령이 와도 못 바꾼다"며 주민들이 가진 권한을 설명했다. 황 팀장은 "도시재생은 천천히 주민과 함께 가야 성공한다"며 "도시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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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빈집감소·관광객 증가, 주민 만족도 91%
황 팀장이 소개한 대표적 성공 사례는 순천시 향동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다. 전 과정에 참여한 문내현 전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의 거리 사업을 한다고 했을때 주민들 반대가 상당했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느리다는 민원이 생겨도 오히려 천천히 가려고 했다"며 "지금은 모든 주민이 만족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를 우선시 하면서 사업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우선 바뀌었고, 그 결과 사업에 대한 평가도 나아졌다는 게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실제 순천시 문화의거리 인근에 생겨난 아기자기한 식당이나 상점 대부분도 순천시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 청년 한두명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이후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오는 형태로 상권이 형성됐다. 향동에서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고 있는 정창호(39) 씨는 "공사를 마치면 순천의 청년 예술인들과 함께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순천시가 내놓은 '순천 도시재생 주요 성과'를 보면 도시내 빈집의 경우 2014년 187동에서 올해 5동으로 줄었다. 그만큼 시 유입 인구가 늘어 도심 공동화 현상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유동인구(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2015년 26만명 수준이던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43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원주민들의 만족도는 평균 91%까지 올라갔다. 순천에서 나고 자란 김선형(26·여)씨는 "도시재생 전에는 거리도 어둡고, 으슥했는데, 지금은 거리도 정비되고 오가는 사람도 늘어 예전처럼 밤에 혼자 다닐 때 무서운 게 없다"고 설명했다.
순천시는 올해도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지 22곳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몇번의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에 올해 제출한 사업 활성화 계획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순천시는 도시재생 사업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시에 따르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하면서 약 15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다. 특히 사회적 기업, 협동 조합 등이 늘어나면서 순천시에 자리한 사회적 경제기업만 40여개에 달한다.
김선형(26·여)씨가 지난 3일 오후 순천시 향동 서문안내소 마을방송국에서 지역 라디오를 통해 주민들이 보내온 사연을 전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지역 부동산 '들썩'…외지 투자자 '군침'
성과에도 불구하고 순천시도 도시재생 사업의 부작용을 피하진 못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순천이 이른바 '뜨는 동네'라는 입소문이 퍼지자 덩달아 지역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는 등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전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역에서 수십년간 중개업을 해온 박미옥 복성공인중개사 소장은 "외지 사람들이 매물 없냐고 묻는 전화가 상당하다"며 "문제는 중개하고 싶어도 땅값이 오르는 걸 아니깐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순천시 향동 일대 부동산 가격은 과거 평당 1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들이 불과 2~3년 사이 평당 250만~300만원까지 치솟았다.
주민들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청년 상인은 "감사하게도 지금은 낮은 임대료에 장사하고 있지만,건물주분이 언제까지 지금의 임대료를 고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도 서울의 유명한 거리처럼 순식간에 망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나중에는 순천이 고향인 우리가 쫓겨나지 않겠냐"며 애써 웃어 보였다.
전남 순천=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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