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욕 상실’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원만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식의 설명도 내놨다.
최 부상은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몇몇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미국에 요구한 것은 민생·민수용 제재 다섯 건에 대한 해제였다”며 “이러한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읽고 퇴장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응했다.
최 부상은 “우리가 제안한 5가지 제재 결의 중 군수용은 요구하지 않았다. 인민 생활과 관련한 사항들에 대한 제재해제 요구였을 뿐”이었다고 전제했다. 최 부상은 2016년 이후 유엔이 취한 대북제재 목록을 거론하며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안한 것은 영변 핵 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인 폐기였다”며 “이를 실행할 때는 핵 전문가들이 입회하게끔 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영변 핵 단지를 통째로 폐기할 데 대한 제안을 내놨음에도 민수용·부분적인 제재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 측 반응을 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앞으로 조미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았나, 이해가 잘 가지 않아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언급했다.
최 부상은 아직까지 다음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당분간 북미 양측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최 부상은 “미국의 핵 박사(지그프리드 해커)가 영변 핵시설 농축 우라늄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그런 공장까지, 거대한 농축 우라늄 공장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할 데 대한 제안을 내놨지만 미국 측의 대답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 미국 측에 차려지겠는지에 대해서는 장담이 힘들다”는 말도 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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