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 종료 다음 날인 1일(현지시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우리가 (미국에) 요구한 것은 전면적 제재해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제재완화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몇몇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요구한 것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란 것이었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에는 최선희 외무상 부상도 모습을 보였다.
리 외무상은 “조미(북미) 양국 수뇌분들은 이번에 훌륭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가지고 이틀 간에 걸쳐서 진지한 회담을 진행했다”며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1차 조미 수뇌상봉에서 공동 인식으로 이룩된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유엔 (대북)제제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제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해당 내용을 현재 북미 간 신뢰수준을 볼 때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큰 폭의 비핵화 조치라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리 외무상은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 있어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원래 안전담보 문제”라며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게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 제재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핵 시험(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다”며 “이정도의 신뢰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추가조치를 더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는 미국이 자신들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며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리 외무상은 “완전한 비핵화에로의 여정에는 반드시 이런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다. 우리가 내놓은 최량(최상)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리 외무상은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 한 시간 전, 북측이 베트남 외교부에 "한국과 미국, 베트남 등의 기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면서 갑작스럽게 성사됐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왼쪽)이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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