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회담)생각보다 컸던 비핵화 로드맵·제재완화 간극…합의문 체결 실패(종합)
트럼프 "북한,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 하지 않고있어"…김정은과 신뢰관계는 강조
2019-02-28 18:16:51 2019-02-28 18:16:51
[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무난한 합의가 점쳐졌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북한이 요구한 대북제재 완화와,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이견차이가 예상보다 컸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이 알려진 것과 달리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지금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합의문 서명에 이르지 못한 이유로는 우선 북한이 요구 중인 제재완화 조치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완화가 쟁점이었다. 우리가 제재완화를 (북한에)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미국의 제재완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남북 경제협력 재개 카드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연결과 경제협력(경협) 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결국 북미 간 협의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제재를 유지하고자 하며 (북한과) 차이가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줘야만 우리도 제재완화를 할 수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를 두고도 이견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보유한 영변 핵시설 외의 추가적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중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제시한 비핵화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영변 플러스 알파'를 원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더 필요했다"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도 있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오지 않은 것 중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며 "우리가 (해당 시설을)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도 언급했다. 영변 핵시설 폐쇄 만으로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미국은 그 이상의 조치를 요구했고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3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도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회담이 빨리 열릴 수도, 오랫동안 안열릴 수도 있다"며 명시적인 추가회담 약속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은 뛰지 않고 걸어야 할 시점"이라며 북한과의 대화에서 완급조절 필요성을 드러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신뢰관계는 여전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훌륭한 지도자이고 관계가 돈독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제도는 다르지만 서로를 좋아하고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수 차례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28일(현지시간)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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