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포토영상뉴스'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지난 21일 진행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현장간담회 동영상이다.
'보다 많이, 보다 손쉽게 자본조달, 아하정보통신을 찾아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동영상은 최 위원장이 기업을 방문해 견학하고,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난다. "좋은 정책방향을 제시해주신 데 감사하다"며 "이 제도를 활용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영혼 없는 멘트도 흘러나온다. 한마디로 최 위원장을 주연으로 한 영상버전 '용비어천가'였다.
최 위원장이 지난 21일 중소기업금융 전문투자중개회사 도입방안과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요건 개선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기업을 방문할 당시 함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의 성격과 발표하는 정책이 맞지 앉아 만나는 관계자들마다 이 기업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명쾌한 답은 얻지 못했다. 대신 돌아온 것은 자본시장혁신 과제 중 첫 번째 조치라는 것에 대한 강조였다.
최 위원장에게 무대를 내준 아하정보통신은 20년 업력의 전자칠판, 전자교탁 전문 제조업체다. 국내 시장서 1위를 점유하며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K-OTC시장의 전신인 프리보드에서부터일찌감치 이 회사의 주식이 거래됐다. 2년 뒤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이익이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아 상장에 도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아하정보통신은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전도유망한, 이른바 '핫'한 기업이 아니다. 당장 자금이 없어서 기술개발이나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모험자본 조달과 투자가 절실한 청년벤처기업이나 획기적인 신기술을 가진 기업도 아니다. 건실한 중견기업일 뿐이었다.
최 위원장이 이날 내놓은 정책은 자금조달이 시급한 그리고 투자유치를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기업을 위한 것이다.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기 원한다면 정책의 성격과 장소, 참석자 구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고민해야 한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명분으로 기획된 행사에서 금융당국의 수장인 최 위원장이 주인공 노릇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자본시장혁신과제 첫 번째 후속조치 현장에서는 오직 최 위원장만 보였다. 금융당국의 수장은 기업과 자본이 원활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연출가여야 한다. 연출을 넘어 주인공까지 되려는 욕심은 정책이라는 작품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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