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코스피, 외국인 삼성전자 순매수 놀음?
코스피 5일연속 순매수…작년 8월 이후 처음
삼성전자도 ‘2+2일’ 사들여…실적 발표 기다렸나
코스피, 결국 외인 반도체 매수에 의존
2025-01-11 06:00:00 2025-01-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최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주식을 외국인들이 매수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해 8월 이후 3일 연속 순매수한 날이 없던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와 함께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해 벽두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첫 거래일인 2일까지는 주식을 팔았지만 3일부터 닷새째 연속으로 매수한 것입니다. 
 
외국인 연속 순매수…기조 변화 감지
 
이같은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외국인들이 이처럼 연일 주식을 사들인 기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3영업일 연속 순매수 기록을 남긴 것은 8월16~22일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1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고, 19일 하루 순매도한 뒤 다시 3일 연속 매수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후론 외국인이 이틀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수하는 일도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식시장은 8월 초 일본발 엔케리 청산 공포에 따른 급락세가 나타난 후 반등했으나 5+3영업일 순매수 이후론 작년 폐장일까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즉 외국인의 매도에 의한 하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개월 넘게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했던 외국인들이 다시 주식을 매수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이제 외국인들이 돌아오는 징후인지, 매도 일변도에서 매수로 돌아선 것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특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하락하는 시간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습니다. 거꾸로 삼성전자 주식을 연일 매도하는 바람에 코스피를 끌어내렸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작년 8월22일 이후로는 3영업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적이 없습니다. 새해에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는데요.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엿보입니다. 이달 3일과 6일, 2영업일 연속으로 순매수했고 7일 하루를 건너뛰고 8일과 9일에도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사들였습니다. 이번엔 2+2영업일 연속 순매수입니다. 중간에 순매도한 7일에도 오전 중엔 순매수를 유지하다가 장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순매도로 돌아선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와 매도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외국인 매수금액 아직 부족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자동차, 바이오, 2차전지 등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은 현재 상승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융 또한 경기둔화의 영향권에 있어 강세 반전이 쉽지 않습니다. 호황을 맞은 조선, 방산은 덩치가 작아서 코스피를 끌어올리기엔 무리입니다. 결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반등이 아니고선 시장의 상승을 도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보니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많지 않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선 하루 10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 수준의 순매수입니다. 9일 하루 순매수액이 7510억원으로 불어났으나 한 종목만 1조원어치 넘게 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돌아왔다고 해석하기엔 부족한 규모입니다.
 
또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는 않습니다. 외국인들은 3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63만주, 4일 171만주 매수했고 8일엔 486만주로 매수 규모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를 금액으로 보면 8일 2756억원이 가장 많습니다. 이날은 전체 코스피 순매수 금액보다 삼성전자를 더 많이 매수했지만 전체적으론 아직은 부족합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반등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태도 변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 매매 현황에 5거래일 연속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사실로 얼어붙은 투심에 온기가 퍼질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8일 4분기 실적을 포함해 2024년 연간 잠정실적을 발표했습니다. 4분기에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실적 발표를 전후해 주식을 사들인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데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일부의 인식이 이번에도 증명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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