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의 신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계획 발표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이 분주한 모습입니다. 자기자본 규모를 갖춘 종투사들은 초대형 IB 인가를 통해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유독 메리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1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신규 지정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국내 종투사 가운데 이미 초대형 IB로 지정된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증권을 제외할 경우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의 자기자본이 초대형 IB 인가 기준인 자본금 4조원을 충족한 상태인데요.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초대형 IB 신청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메리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반대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초대형 IB는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된 제도입니다. 2017년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됐으며 이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개사가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았습니다. 이후로는 신규 초대형 IB 사업자를 따낸 곳이 없습니다. 초대형 IB가 되면 자기자본 2배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이 가능해 IB 부문을 강화하고, 증권사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종투사들은 초대형IB 입성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무요건을 충족하는 메리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초대형 IB 신청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금융사고를 비롯해 내부통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 인가 신청을 미루는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금융위원회 등은 초대형 IB 인가를 심사평가하는 과정에서 각종 재무적 요건 뿐 아니라 금융사고, 내부통제 이슈 등을 두루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초대형 IB 신청 계획 등 로드맵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IB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는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 중"이라며 초대형 IB 진출 소식을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움직임은 없습니다. 지난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올린 일부 직원들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와 주식 매각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속되는 등 내부통제와 관련한 이슈들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자본 규모가 5조원이 넘는 신한금융투자 역시 현재로선 신청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 신청에 대해 "따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일찌감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키우며 초대형IB 진입을 노렸습니다. 하지만 라임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관련 금융사고 등으로 인해 그 계획을 당분간 접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잘못된 관행', '절박함과 비장한 마음' 등 이선훈 신한금융투자 대표의 올해 신년사에 내부 사고에 대한 반성과 각오가 가득한 것도 이 같은 사고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키움증권은 지난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초대형 IB 진입을 위한 의지를 연일 내비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종합금융팀'을 신설했습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계획에 따라 올해 안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한 강성묵 대표가 이끄는 하나증권 역시 "연내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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