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민연금 조력을 얻은 소액주주의 주권활동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배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치논란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국민연금이 ‘공정경제’ 실현 목적을 위해서도 배당 유인이 큰 소액주주와 연대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국내 주요 재벌그룹 상장사들은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배당수익률은 저조해 대부분 사정권에 든다.
앞서 공개 제안서를 보내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압박한 KCGI도 ‘소수 주주를 위해 일정 수준 배당정책을 유지해야 하는데 대주주의 일방 결정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목적을 분명히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후 주주행동 실적을 관리받게 된 국민연금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금의 주권활동에는 대통령까지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3일 문 대통령은 “대기업 대주주 중대탈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라며 이를 통해 공정경제를 실현하겠다고 언급했다.
롯데지주 주식회사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공정경제 취지는 공익 목적이 강해 주주가치 제고가 본연인 공적연금 수탁자 책임에 배치될 소지가 있다. 이는 곧 국민연금 관치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을 압박하는 이사회 간섭 내용(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 주주제안도 현실의 장벽에 막혔다. 수탁위 회의에서 반대의견이 과반을 넘겼다.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할 경우 주주이익에 부합하는지, 수탁자 원칙에 반한다는 논리가 반대이유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결국 국민연금이 관치논란을 피하면서 주주활동을 실현할 방법은 배당 정도로 좁혀진다”라며 “연금수익률 문제를 지적받는 것까지 고려하면 더욱 배당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상장사들은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해 배당에 인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벌 지배주주집단이 자본유출을 꺼려하며 배당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차익에만 매달리게 하는 등 자본시장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일례로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경우 상장 계열사 모두 정관에서 중간배당 또는 분기배당을 명시하고 있으나, 최근 3년간 이를 실시한 회사는 없다. 또 총주주수익률(배당수익률+누적주가수익률)이 3년간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상장사도 롯데케미칼뿐이었다.
롯데는 그러나 지배구조 선진화 목적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친시장적인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 11월 말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자사주 소각(1165만7000주, 지분 10%)을 결정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 후 생긴 자본잉여금(감자차익)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켜 배당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주주환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기업도 경영권 방어차원 등 목적으로 주가 부양을 위한 배당 유인이 증대되면서 이처럼 자발적으로 주주친화 카드를 꺼내드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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