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18일 평양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통일금융’ 시대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대북특사 파견과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뤄지면서 남북 관계의 해빙 기류가 조성된 데 따른 대응이다.
특히 이번 평양정상회담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하는 등 민간 부문의 경제 교류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휴업상태에 있던 남북 경제 협력(경협)과 인프라 확충, 통일 관련 금융 상품 출시 등 금융사업에도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우리은행 본점에 마련된 개성지점 임시영업점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과 기업·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이 재개될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은행은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지점 개점과 신상품 출시 등을 검토하는 한편 별도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 내부 대응방안도 마련하는 모습이다.
선봉에 선 곳은 산업은행이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발탁되면서 국책은행의 남북경협 사업에도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바가 없지만 아무래도 그간 해오던 북한연구가 있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북한 관련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남북경협연구단’도 신설했다.
이 회장 또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실제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기관과 협력해 어떻게 남북경협을 성공으로 이끌 것인지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북한은) 잠재적 성장률이 높지만 특유의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등이 경쟁구도로 가기보다 잘 협력해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중은행 차원에서도 북한 관련 연구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금융(105560)그룹는 현재 은행 등 각 계열사 전략담당 부서가 참여하는 TF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방향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경제협력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최근 이산가족 대상 특화상품인 ‘KB북녘가족愛신탁’ 상품도 출시했다. 이를 통해 남북 간 원활한 교류와 이산가족의 만남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북녘가족애 신탁’ 상품 외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신상품을 내놓을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대북 제재나 경협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나온 후 은행, 증권, 보험 등 그룹 차원에서 가져갈만한 기회영역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055550) 또한 우영웅 부사장을 중심으로 그룹과 은행, 카드 등 그룹사의 전략담당 부서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마련해 남북경협 관련 조사와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북한 관련 동향과 금융 전략을 컨트롤 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동시에 신한은행은 남북경협 맵(MAP)을 만들어 북한 경제에 대한 리서치와 전략 과제도 수립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남북 간 교류가 이어지면서 은행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중장기 전략 과제를 모색하고, 협력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이벤트나 상품 출시보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큰 틀에서 준비하려고 한다”고 피력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지점을 열었던
우리은행(000030)은 개성지점 재입점과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상 중이다. 특히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난 14일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남북연락소 개소식에 참석하며 재개점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본점 지하 1층에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을 열어 개성공단 입주 업체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 TF를 통해 개성지점 입점과 입주기업 지원에 대해 구상하고 있는 상태”라며 “통일 관련 상품 출시보다는 북한 내 노후학교나 의료시설 등 개선 사업 지원 등 사회공헌 쪽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의 모든 지원은 대북제재 해소를 전제로 한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준비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은 중국 길림은행 등을 운영하며 북한·중국 접경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 정세에 신속히 대응 한편 대북 제재 완화 시 금융 인프라 구축 등에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지난 8월 중국 길림성 정부와 전략적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지난달에는 북한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 후원사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나금융투자를 중심으로 대북 경협 실무협의체(가칭)을 구성해 남북 경협 사업의 주도권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중국 쪽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그룹 차원의 협의체를 통해 계열사 간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북한과 통일 금융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북한 전문연구인력도 충원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남북경협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통일금융준비위원회’를 재가동하고 북한에 대한 연구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금강산 지점 개점 등 남북경제 협력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별로는 남북경협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내부적인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대북제재가 완화돼야만 경제협력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실을 가져올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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