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대선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사실상 포기하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해 경영계와 야당이 제기해온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론’을 일부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고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실적인 속도조절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지난 14일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7530원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의결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다. 그러나 작년 인상폭인 16.4%에는 크게 못 미친다. 2020년에 1만원을 달성하려면 내후년에 무려 19.7%의 인상이 필요하다. 결국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2021년을 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의 이런 결정에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다. 중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한 사측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단체행동을 예고했고, 노동계 역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의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서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고,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조속한 후속 보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근로장려세제 대폭 확대 등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는 보완 대책도 병행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인상이 우리 경제와 민생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사정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주 5박6일 인도와 싱가포르 순방을 언급하면서 “이번 순방으로 신남방정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며 “인도,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일중러 주변 4개국 수준으로 발전시킬 튼튼한 토대를 다졌다. 우리 외교를 다변화하고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보람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는 아시아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신남방정책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대한민국 번영을 이끌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이라며 이번 순방에 합의된 내용들의 구체적이고 속도감 있는 이행을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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