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홍연 기자]1998년 3월1일 행정재판 3심제를 도입하며 행정전문법원으로 설립된 서울행정법원이 다음 달 1일 개원 20주년을 맞아 판결 20선을 뽑았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20일 "개원 20주년 맞아 시민들이 행정법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현 행정법원 판사들이 난민·산재·조세 부분별 골고루 판결을 선정했다"며 "선정한 사례들이 의미 있는 판결이라기보다는 '이런 것도 행정법원의 판단 대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국민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미 '카드뉴스' 등으로도 제작했다"고 밝혔다.
선정한 판결로는 '2010년 케냐 루오족 난민 인정', '2013년 덕수궁 대한문 화단 앞 집회 허용', '2010년 남성 동성애 영화 상영 허가', '2011년 '술에 취해' 청소년유해매체물 인정 취소', '2008년 고양이 구하다가 사망, 업무상 재해 인정', '2013년 '직계비속 교차증여 세금 부과 처분 취소 불인정', '2007년 회사 송별회 중 사망, 유족급여 부지급 취소', '2010년 하반신 마비 후 자살한 직원, 업무상 재해 인정', '2015년 마트, 부가가치세 음식점업 공제율 적용 판결, '2012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처분 취소 청구 불인정' 사례가 있다.
또 '2008년 엑스트라도 근로자 해당 판결', '2013년 불가피한 음주운전 면허 취소까지는 부당 판결', '2016년 용산 미군기지 지하수 오염 조사 분석결과 공개 판결,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 적정 판결', '2009년 초음파 사진 미보관 의사 면허정지 부당 판결', '2015년 '밤과 음악 사이'에 개소세 부과 정당 판결', '2013년 여자친구와 외박해 성관계 맺은 육사생도 퇴학은 부당 판결', '2008년 반성문 취지 시말서 제출 요구는 '양심의 자유' 침해 판결', '2017년 관리 대상 조폭 아닌데 구치소서 '딱지'는 차별대우로 지정 해제 판결'이 선정됐다.
이 중 시선을 끄는 판결로는 먼저 남편이 사망하면 다른 남성과 재혼해야 하는 '아내상속' 관습을 거부한 케냐 출신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법무부 대신 A씨 손을 들어준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당시 재판장 박정화)는 "아내상속 제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발탁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아내상속 문제점이 지적되면서도 뿌리 깊은 관심이어서 개선이 쉽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케냐 정부가 A씨를 보호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주말에 외박을 나와 여자친구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져온 육군사관학교 생도를 퇴학시킨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당시 재판장 문준필)는 육사생도 A씨가 육사 측을 상대로 낸 퇴학 처분 무효 소송에서 "국가가 내밀한 성생활 영역을 제재 대상으로 삼아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했다. 그러면서 "A씨의 성관계는 개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할 뿐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영업시간 제한 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개정 조례안은 '합법'이라는 법원의 첫 판결도 눈길을 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당시 재판장 진창수)는 롯데쇼핑,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6곳이 동대문구, 성동구 등 서울 지역 5개 지자체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대형마트 등과 중소유통업 상생발전 등 공익이 중요하다"며 "공익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대형마트의 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소속 판사들이 뽑은 판결 20선 중 두번 째 판결인 '대한문 앞 집회금지 사건' 사진/서울행정법원 페이스북 캡처
김광연·홍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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