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8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남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2시56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정원 돈을 왜 청와대에 상납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검찰 수사 도중 사망한 피의자에 대한 언급만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은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다. 그러한 그들이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를 받지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며 "이 자리를 빌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남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근무하는 동안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매달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남 전 원장을 상대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구체적인 경위 등을 조사하고, 남 전 원장의 후임인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의 소환 일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3일 특정범죄가중법(뇌물수수·국고손실) 위반 혐의로 이·안 전 비서관을 구속했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 전 다수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국정원에서 받은 5억원으로 대금을 지급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조사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 당시 내부 TF 활동과 관련한 조사 대상에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특수3부의 수사 상황에 따라 당시 TF 구성원이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와 재판에서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와 허위 진술 증언을 시킨 혐의에 남 전 원장이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7일 당시 감찰실장이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파견 검사였던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 TF 구성원 4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위증교사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이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도 구속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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