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7일 국회에서 전체회의 이후 간사 협의를 거쳐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건을 확정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음달 16일 산업위 국감에 권혁홍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최근 3차례에 걸친 원지 가격인상 원인, 상자 가격 인상 미반영 등에 대한 진상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대양그룹은 신대양제지와 대양제지공업을 원지사 계열사로 가지고 있으며, 현재 권 회장은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자중기위는 상자제조사 사장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메이저사들로부터 거래처를 빼앗긴 사례 등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이로써 메이저 4개사(대양그룹, 아세아그룹,
태림포장(011280),
삼보판지(023600))가 장악하고 있는 골판지 시장이 처음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골판지 산업의 시장구조는 '원지(이면지·표면지·골심지)→원단(골판지)→상자'로 이뤄진다.
골판지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상자가격까지 연동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가 구성상 원자재 비중이 60~70%에 달해 원지의 원자재인 폐지 가격이 인상될 경우 원지, 원단, 상자 가격까지 일제히 올라야 기업들의 경영이 유지되는 구조다. 하지만 원지부터 상자까지 수직계열 시스템을 갖춘 4개 메이저사가 상자 가격의 연동 반영을 안 하면서 원단과 상자 업체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원지사가 없는 중소형 골판지 업체와 상자 제조업체들은 원지 인상분을 고스란히 손해로 떠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상자제조사의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이 상자제조사는 경영난에 못이겨 결국 11년만에 문을 닫았고, 폐업한 다음날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다만 수직계열 시스템을 갖춘 메이저 4개사는 폐지 가격인상을 원지 단계에 즉각 반영하면서 상자부문의 손해를 원지 가격 인상분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대양그룹의 경우 계열 원지사인 신대양제지와 대양제지공업은 올 상반기 각각 78억원,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5%, 198% 상승한 수치다. 반면 골판지 원단과 상자를 만드는 계열사인 대영포장의 경우 올 상반기 2억52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자값은 오르지 않는 데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상자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 경제적인 이로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지금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현저히 손해를 보고 있지만 경쟁이 억제된 후 가격을 올릴 것이 예상이 된다면 이는 시장 지배력 남용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자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과점한 이후에는 원자재 인상으로 원지 가격을 즉각 올리는 것 처럼 향후 상자 시장을 점한 후에는 상자 가격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까지 메이저사들의 상자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기 때문에 출혈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4대 메이저가 차지하고 있는 원지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이들은 원지사들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9차례에 걸쳐 원지가격을 올린 행위가 적발돼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대형 제지사들의 담합이 있었던 5년간 골판지 원지 단가는 60~70% 대폭 인상됐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원지가격은 최근 1년새 70% 인상됐다. 이에 다음 단계인 원단도 100% 가량 인상됐지만, 상자 가격 인상율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신대양제지 시화공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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