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폐지값 8월 폭락…골판지 원지 인상 명분 상실
수익성 악화 주장 일부 제지사 상반기 영업익 전년비 200% 육박하기도
2017-09-21 18:01:23 2017-09-21 18:31:08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국제 폐지(OCC) 시세가 폭락하고 있다. 수입폐지 가격에 따라 등락폭을 같이했던 국내 폐지가격은 아직까지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폭락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폐지의 가격 하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폐지가격 인상을 빌미로 원지값을 올렸던 원지사들의 명분이 사라질 경우 인상을 철회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국제 종이원료 전문기관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톤당 302달러였던 미국산 폐지(AOCC) 가격이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접어 들었으며, 이달 8일 기준 240달러로 하락한 데이어 18일 기준 213달러로 폭락했다. 이 수치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미국산 폐지 가격이며 전체 국제가의 표준이 된다. 중국의 혼합폐지 수입금지 조치 등의 영향으로 수입 폐지가격이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원지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4대 메이저(대양그룹, 아세아그룹, 태림포장(011280), 삼보판지(023600))는 "폐지가격 급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원지의 공급단가를 조절한다"며 지난달부터 20% 수준의 원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지난달까지 세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하면서 최근 1년 사이 원지 가격은 70% 가량 뛰었다. 그 결과 원지를 공급 받아 원단을 만드는 판지사와 원단으로 상자를 제조하는 중소, 영세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급등하던 폐지값이 원지사들의 가격 인상 시점인 8월부터 급락세로 돌아서며 원자재 상승에 따른 원지 인상에 대한 명분도 함께 사라지게 됐다. 국제 시세와 흐름을 같이 하는 국내 폐지가격 역시 급락하고 폐지를 원자재로 하는 원지 가격도 함께 떨어져야 하지만 국내 원지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핑계로 가격 인상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원지사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제지연합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폐지 가격 강세로 인한 원가부담 가중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폐지수출도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며 "7월 이후 폐지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동안의 수급난과 가격상승에 따른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은 이날 반박 자료를 통해 "골판지 대기업들은 이미 폐지가격의 상승분(47% 상승, 제지연합회 주장)을 초과하는 금액을 영세 중소기업에 전가했다"며 "엄살 그만두고 가격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지 업계 관계자는 "폐지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반박하며 "원자재 가격은 등락을 계속하기 때문에 폐지 가격이 떨어졌다고 원지 가격을 바로 내릴 수는 없다. 몇달간 폐지 가격이 올랐던 것을 반영해 지난달 원지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폐지가격이 상승세였던 올 상반기 원지사(상장사 기준)들의 영업이익은 많게는 20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양그룹 내 원지사인 신대양제지(016590)대양제지(006580)공업은 올 상반기 각각 78억원,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5%, 198% 상승한 수치다. 삼보판지 계열 원지사인 대림제지(017650)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143% 상승한 4억1800만원을 기록했다. 아세아그룹 내 아세아제지(002310)의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상장된 원지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67% 하락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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