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골판지 원지사, 원단가격도 인상…자사 생산 상자 인상은 '미적'
상자가격 연동반영 안해…영세 박스업계 줄도산 우려
2017-09-06 15:47:15 2017-09-07 08:50:54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원자재부터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로 골판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이저 4개사(아세아, 대양, 태림, 삼보판지)가 지난 1일 원지가격을 올린 데 이어 원단가격도 인상하기 시작했다. 반면 자사 혹은 계열사를 통해 생산한 상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영세 상자제조사들은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해야 하지만 대형사들이 현재 가격을 유지할 경우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양그룹 내 판지(원단)사인 대영포장(014160)은 오는 10일부터 원단 가격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거래선(상자제조사)에 보냈다. 이로써 10일부터 출고되는 원단에는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다. 대양그룹이 원단 가격을 인상한 것은 주재료인 원지의 가격을 올린 이후 열흘 만이다. 이어 광신판지와 삼보판지(023600)도 각각 10일, 11일 출고분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키로 했다. 대영포장과 광신판지는 공문을 통해 "원재료 가격의 상승 및 수급의 악화로 원가의 한계를 넘어 적자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부득이 골판지 원단 및 상자가격을 조정(인상)하고자 한다"고 통보했다. 두 개의 공문에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인상 사유가 쓰여 있다.
 
다만 인상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통상 판지사들은 거래선 규모에 따라 A~C급 등 구분해 개별 통보하고 있다. 이번 원단 가격 인상 규모는 원지 인상분과 동일한 15~20% 수준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현재 메이저 계열의 판지사들이 움직이자 중소형 판지사들도 상자제조사에 공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인상 시기와 규모는 메이저 계열 판지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대형사들 보다 가격을 높게 불렀다가는 거래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지가격 인상에 따라 원단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대형사들은 아직까지 상자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원단 가격인상을 통보받은 상자제조사들은 거래처에 가격인상을 통보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자가격 인상을 통보한 한 중소형 판지사는 이미 주요 거래처였던 중견기업 S사와의 거래가 끊겼다"고 귀뜸했다.
 
박스업계는 상자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을 2~3달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그마저도 10%에 못 미치는 인상 수준을 예상한다. 때문에 원자재 가격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2~3달 기간동안이 고비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30년간 상자제조사를 운영한 이 모씨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시장논리에 따라 판지사의 거래처인 상자제조사가 '갑'이어야 하지만 '을'인 상황이고, 상자 거래처와도 시장논리대로 절대적인 '을'에 서있다"며 "원지사를 가지고 있는 대형사들이 박스를 포함한 골판지시장에서 점점 영역을 넓히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