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글로벌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던 5000억원 규모 독감백신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이 연이어 진출하고 있다.
녹십자(006280)와,
SK케미칼(006120),
일양약품(007570) 등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독감백신 자국화와 소비자 의약품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백신 시장은 267억달러(약 30조6750억원)에 달한다. 노바티스, 화이자, GSK, MSD, 사노피파스퇴르 등 소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8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백신은 바이러스 세포를 이용해 개발하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 출시된 4가 독감백신(4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제약사 GSK의 '플루아릭스 테트라' 가 유일했다.
4가 독감백신은 세 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기존 3가 백신에서 한 가지 바이러스를 추가한 제품이다.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H1N1·H3N2)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야마가타·빅토리아)를 모두 예방할 수 있다.
국내에선 1980년대부터 비로소 백신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백신 사업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녹십자와 SK케미칼이 각각 4가 독감백신인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와 '스카이셀플루백신'을 출시했다. 일양약품은 최근 4가 독감백신 '테라텍트 프리필드 시린지주(테라텍트)' 판매를 시작했다. 백신접종 시즌이 10~11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셈이다. 일양약품은 올해 백신 매출이 2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녹십자는 올해 400만~450만도즈(1회 접종분량)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GSK는 200만 도즈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소비자의 의약품 선택권이 넓어질 전망이다. 5000억원 시장을 두고 업체 간에 경쟁도 가열 양상이다. 다만 제조사와 관계 없이 4가 독감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같아 제품별 큰 차이는 없다. WHO가 매년 세계 각처의 바이러스 유행정보를 종합해 다음 해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미리 예측하고 발표하는데, 이를 토대로 제조사들은 독감백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회사 브랜드 이미지와 홍보, 영업전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4가 독감백신은 전통적인 백신 제조 방식으로 일컬어지는 유정란 방식과 세포 배양 방식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SK케미칼만 세포배양 방식을 쓰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유정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유정란 방식은 1930년대부터 독감백신에 사용된 방식이기 때문에 공정이 최적화돼 있어 업체들로서는 생산 단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정성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정란 방식과 세포배양 방식 같은 제조방식으로 인한 독감 백신 효과 차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백신으로 유명한 녹십자는 현재까지 유정란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세포배양 방식의 임상도 진행 중이다.
SK케미칼은 세포배양 방식의 제조를 강조하며 타 업체들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스카이셀플루는 항생제나 보존제가 필요없고, 계란 알러지가 있는 경우도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유정란 방식보다 생산 시간이 짧아 변종 독감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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