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도이치뱅크…불안감은 여전
2016-10-03 12:38:44 2016-10-03 12:40:05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도이치뱅크가 부실채권 판매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아 글로벌 금융시장이 제2의 리먼사태에 대한 우려감으로 요동쳤지만 벌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벌금 규모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이치뱅크가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유럽 은행권들의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미국 법무부는 도이치뱅크가 2008년 불완전한 주택저당증권(MBS)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14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도이치뱅크의 벌금 대비 충당금 적립액을 훨씬 넘는 수치인데다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원 요청을 외면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시장에는 도이치뱅크의 파산 우려가 고조됐다. 그러나 지난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법무부가 벌금을 54억달러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며 이날 도이치뱅크의 주가는 14% 급등하며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그러나 도이치뱅크의 신뢰성에 심각하게 금이 간 만큼 향후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언제 또다시 급락할 지 알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는데다가 지난해 도이치뱅크는 68억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008년 이후 7년 만에 손실을 내는 등 실적도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도이치뱅크는 이미 환율 조작과 리보금리 조작 등의 법적 문제와 관련한 조사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유럽 금융권의 취약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전반적인 유럽 은행권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유럽 은행들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두운 가운데 독일 1위 은행인 도이치뱅크가 거액의 벌금 폭탄을 맞게돼 유럽 은행권의 전반적인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역시 ‘도이치뱅크 리스크,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우려감을 내비쳤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이치뱅크의 불확실성이 유럽은행주로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럽발 유동성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사태가 더욱 악화되더라도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모하마드 엘-에리언 알리언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이치뱅크의 상황은 여러면에서 과거 리먼 사태와 다르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금융권에 있어 아주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도이치뱅크 본사. 사진/뉴시스·AP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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