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 IT와 자동차의 불안한 동거
전기차 확산 계기로 '협력에서 경쟁으로'…삼성·LG도 가세
2016-08-17 16:21:42 2016-08-17 17:57:43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IT와 자동차가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 ‘조건부 협력’에 나섰다. 손을 맞잡았지만 언제 경쟁상대로 돌아설지 모른다. 불안한 동거다. 자율주행차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IT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IT 업계의 공격적인 전략에 위기감을 느낀 자동차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7일 ‘자율주행차, IT·자동차 기업의 新경쟁시대 연다’ 보고서를 통해 “아직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이 미흡해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은 부족한 부분을 협력으로 보완할 것”이라며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확산, 자동차 산업의 새 IT 트렌드 등의 변수로 관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IT 기업들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처럼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이 될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IT기술은 전문분야가 아니다. 자동차 기업들이 여러 IT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는 이유다. 포드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싱크(Sync)를 아마존의 에코(Echo)와 연동시켜 자동차 기능을 제어하는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토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운전자 정보 등 데이터 분석 기반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토요타 커넥티드를 공동 설립했다. 현대·기아차도 시스코와 협력해 차량 내부 고속 데이터 네트워크 제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보완적 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의 확산이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IT와 자동차 기업의 역학 관계를 바꾸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지금껏 많은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도전했지만 내연기관의 기술력을 넘지 못했다. 내연기관이 필요하지 않은 전기차는 기존 업계의 역량이 적용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전기차가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자동차 기업들이 IT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야심은 드러났다. 구글은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동차를 실험하는 등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도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생산 및 엔지니어링 기업 마그나와 협력,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립 계획 등 잇단 개발 소식이 전해진다. 텐센트와 폭스콘이 투자한 중국의 자동차 벤처기업 퓨처 모빌리티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자동차의 대응도 빨라졌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기존 폐쇄적인 개발 및 생산, 마케팅 체계에서 벗어나 기술 개방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IT와의 융복합 수준이 최고조에 달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IT 핵심 역량을 적극 흡수해 IT 기업들을 견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GM과 포드, 토요타 등은 실리콘밸리에 주요 거점을 마련하고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막대한 투자를 통해 외부 기술력을 흡수 중이다. GM은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 벤처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포드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벤처 피보탈을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같은 흐름에 가세했다. 삼성은 M&A로 격차를 단숨에 좁히려 하고 있고,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꾸준히 공들여온 LG는 최근 성과가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BYD에 5100억여원의 지분을 투자해 전기차 부품 사업에 협력키로 했고,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는 폴크스바겐과 커넥티드카 플랫폼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한편, 이달 말부터 GM 쉐보레 볼트의 전장부품 및 시스템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자동차 부품사업 인수 추진설도 나돈다. 인수 예상가가 30억달러에 달해 삼성이 완성차 시장 재진출에 욕심내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B2B 시장의 특성상 고객사의 시장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면서도 “다만, B2B 시장의 수주경쟁이 심해지면 전방 시장에 진출해 수직계열화하는 고민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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