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악재 속 합병 실패…'재추진' 여지 뒀다
주식매수권 행사 청구에 HLB생명과학 합병 좌초
미국 승인 지연·임상 실패 와중 시선 돌리기 무산
2025-08-04 15:38:41 2025-08-04 17:14:19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HLB(028300)가 자회사 HLB생명과학(067630)을 품으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책정됐다고 판단한 HLB생명과학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영향입니다. HLB는 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는 지난 1일 철회신고서를 내고 HLB생명과학과의 합병이 취소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4월 HLB생명과학이 합병 결정을 공시한 지 약 세 달 만입니다. 
 
HLB가 공시를 통해 밝힌 합병 배경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증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였습니다. 여기에 핵심 파이프라인 '리보세라닙' 수익 구조와 판권, 실시권 등을 통합해 국내 품목허가 신청 과정에서 추진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 효과도 공시에 함께 담겼습니다. 
 
HLB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경영 효율화, 유사 사업 통합, 리보세라닙 권리 일원화를 통한 글로벌 사업 가속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HLB 홈페이지 캡처)
 
합병 승인 안건은 지난달 10일 HLB생명과학 임시주주총회에서 가결되면서 순항하는 듯했으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가로막혀 무산됐습니다. HLB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합병 철회 기준이었던 400억원을 넘긴 결과입니다. 결국 합병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철회됐습니다. 
 
HLB와 HLB생명과학 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선 합병 결정이 공시된 뒤부터 난항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HLB와 HLB생명과학의 합병비율이 1 대 0.1167458로 정해진 것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이유 중 하나로 파악됩니다. 한 주주는 합병이 결정된 지 약 보름 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방법을 알리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HLB 관계자는 "이미 HLB생명과학 주주총회에서 HLB와의 합병안이 승인된 만큼 합병 비율 자체는 이번 결정의 직접적 사유가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HLB생명과학 주가가 주식매수 청구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면서 주주들이 매도 차익 확보보다는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 같다"며 합병 무산 이유를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HLB그룹은 연이은 악재에서 회사 간 합병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HLB는 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을 병용 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노렸으나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보세라닙 미국 허가가 늦어지는 가운데 안질환 치료제 임상시험마저 실패하면서 그룹 분위기는 뒤숭숭해졌습니다. HLB테라퓨틱스(115450)의 미국 자회사 리젠트리는 유럽에서 신경영양성각막염 치료제 'RGN-259' 유럽 임상 3상을 진행했으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HLB는 리보세라닙 등 파이프라인 개발 성과에도 집중하는 한편 HLB생명과학 합병 재추진 여지도 남겨뒀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다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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