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이수정 기자] 병오년 새해 식탁 물가는 고환율, 공급 불안으로 식료품 가격 인상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계경제 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석유류·농축산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넉 달 연속 2%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16.61(2020=100)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간 기준 소비자물가는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낮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는 웃도는 수준인 데다 장기간 이어진 고환율로 물가 상승 압박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습니다. 상승폭은 전달(2.4%)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지만,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년 전보다 33.5원 낮은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주간 거래 종가 연평균은 1422.16원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평균 1398.39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1440원대 고환율이 유지되면서 식재료와 인건비 부담 등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해 물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는 만큼 올해 초까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외식 물가 상승에 이어 올해 초부터 가성비로 대표되는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제품까지 먹거리 물가도 줄줄이 오르고 있습니다.
외식 물가 평균 3~5% 올라…편의점 PB상품 가격인상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서울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8개 외식 품목 평균 가격이 1년 새 3~5% 올랐습니다. 제일 많이 오른 건 김밥입니다. 한 줄 평균 가격이 3700원으로 1년 만에 6% 가까이 올랐습니다. 칼국수 가격은 9385원에서 9846원으로 5% 올랐습니다. 그 밖에 삼계탕과 냉면, 비빔밥 가격은 이미 서울 평균 가격 1만원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물가 상승을 견인한 핵심 요인은 먹거리 가격 인상이었습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의 척도인 수산물과 축산물이 각각 5.9%, 4.8% 올랐고, 가공식품은 3.6% 상승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주식인 쌀이 전년 동기보다 7.7%, 찹쌀 31.5%, 귤 18.2% 급등했습니다. 이 밖에 커피 11.4%, 고등어 10.3%, 돼지고기 6.3%, 빵 5.8%, 수입 소고기 4.7%, 국산 소고기 3.9%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가성비를 앞세운 편의점 PB 제품 가격도 새해부터 인상됐습니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월1일부로 PB 제품 40종의 가격을 최대 25% 인상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대표 PB 브랜드 세븐셀렉트 누네띠네는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25%) 오르고, 요구르트 젤리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100원(7.6%), 고메버터팝콘이 1800원에서 2000원으로 200원(11.1%) 상승했습니다. 아메리카노 리얼블랙·스위트·헤이즐넛향(1.5ℓ) 제품은 4500원에서 4600원으로 100원(2.2%) 인상됐고, 우유크림소금빵과 초코우유크림소금빵 가격 역시 각각 3200원, 3300원에서 3500원으로 300원(9%), 200원(5.7%)씩 올랐습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같은 날 PB 제품인 위대한소시지 2종의 가격을 2600원에서 2700으로 100원(3.8%) 인상했습니다. 또 영화관팝콘과 버터갈릭팝콘의 가격도 1700원에서 1800원으로 100원(5.8%) 올랐습니다.
먹거리 물가 인상 불가피…업계는 정부 '눈치보기'
누적된 비용 압박 결과 식료품 가격 추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 흐름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022년과 2023년 급등했던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공업제품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폭이 조금 줄었지만, 세부 품목을 뜯어보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4%, 식품은 3.2% 상승해 장바구니 물가는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새해 물가는 2%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돼 전년과 비슷하겠다"며 "다만 환율 변동성과 국제 유가 흐름 등 대외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은행도 올해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를 통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2%) 수준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높은 환율과 내수 회복세 등으로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업계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습니다. 고환율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누적된 비용 상승 등 가격 인상에 대한 요인은 많지만, 현 정부의 식품 가격 조율 압박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인건비와 물류비도 많이 올랐다"며 "일부 업종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매출에 타격이 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현 정부가 국민 체감 먹거리 가격을 줄이고자 업계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쉽게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적인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16.61(2020=100)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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