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최태원과 이재용의 '바이오'
삼성 '바이오시밀러' SK '신약개발' 매진…반도체 전략과 '판박이'
2016-06-14 16:55:22 2016-06-14 16:55:22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과 SK가 바이오를 나란히 핵심 신사업으로 삼았지만 전략에서는 명확히 갈린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SK는 신약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삼성은 저렴한 약값으로, SK는 의약품 국산화로 각각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도 앞세웠다. 바이오시밀러는 낮은 진입장벽이, 신약은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확률이 낮다는 리스크가 있어 각 사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SK는 20년 넘게 신약 개발에 공들여 성과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한 투자를 해왔다. 혁신적 신약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격려했다. 삼성은 지난해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양적 성장을 거듭해 최근 주력 계열사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양사의 바이오 사업은 위탁생산(CMO)과 의약품 개발 투트랙 구조로 전개하는데, 이는 반도체 사업 전략과도 닮았다. CMO가 반도체 파운드리라면 의약품 개발은 반도체 칩의 기술특허를 개발하는 것에 가깝다. SK바이오텍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CMO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서는 기술 차별화를 통한 핵심역량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삼성과 SK가 바이오 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접목해 격돌하게 된다.
 
양사의 방향은 확고히 다르다. 삼성은 개발기간이 짧고 비용이 덜 들어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바이오시밀러를 좇는 한편, SK는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에 집중해 숙원을 푼다는 각오다. 최근 인구 노령화로 만성질환 등 의료복지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자, 선진 국가들도 저렴한 복제약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신약과 달리 복제약에 대한 심사가 유난히 엄격했던 미국도 문턱을 낮추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며 시장에 조기 안착한다는 복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 천연물신약 등 다양한 의약품을 만들면서도 바이오시밀러에만 발을 담그지 않는다.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많고 기술 진입장벽도 낮아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을 땐 공급이 넘칠 것이란 예상에서다. SK는 글로벌 과점체제인 신약 개발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예방의약 분야에서도 복제 형태가 아닌 독자적인 신규 백신을 만들고 있다. 세계 보건기구의 인증을 얻은 백신은 27여개에 불과해 5개 정도의 제약사가 약값을 흔드는 형편이다. SK는 의약품을 국산화해 막대한 국부유출을 막겠다는 목적도 있다. 최태원 회장은 “연구개발 사업은 신약주권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SK는 2020년 의약품 및 CMO 사업에서 2조5000억원의 매출과 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2025년 매출 4조원과 영업이익 2조원 이상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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