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해결하자" 산재은폐 도구 된 공상처리
보험료 할증 등 이유로 산재 미접수…사업주와 합의했어도 신청 가능
2016-06-06 15:34:38 2016-06-06 15:34:38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 경기도 내 한 인터리어업체에서 일하던 이모(26·남)씨는 지난 1월 자재 절삭작업을 하다가 기계에 손이 끌려들어가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사업주는 병원에서 봉합수술 후 요양치료를 받던 이씨에게 찾아가 산업재해 요양급여 등을 신청하지 않는 조건으로 요양기간 중 의료비와 휴업급여, 장해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의료비를 제외하고 이씨가 받은 돈은 1개월 보름치 급여가 전부다. 산재 급여를 신청하면 남은 급여와 보상금을 주지 않겠다는 사업주의 말에 이씨의 가족은 발만 구르는 처지다.
 
이씨처럼 산업재해 사고를 당했음에도 사업주와 한 합의에 발 묶여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한 해 동안 산재 미접수를 조건으로 사업주와 공상 처리에 합의하는 재해자 수가 산재를 신청하는 재해자 수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산업재해자는 모두 9만129명으로 이 가운데 8만2210명이 사고로 재해를 입었다.
 
공상 처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업주의 재해보상 책임을 말한다. 노동자가 업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사업주는 요양비와 휴업·장해·유족보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4월 2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4.28 산재사망 추모 건강한 노동, 안전한 사회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산재사망 희생자를 기리는 안전화 탑에 국화 한송이가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 처리를 우선으로 하되 산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보상을 실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가 접수되면 해당 사업장의 산재보험료가 할증되고, 건설업체의 경우 입찰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보험료 등을 이유로 산재 접수를 하지 않는 건 명백한 산재 은폐”라며 “그나마 사망사고는 은폐가 어렵지만 경미한 사고들은 이런 식으로 덮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공상 처리 과정에서 사업주의 합의 미이행으로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도 많다.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업주와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산재 신청은 가능하므로, 되도록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상 공상 처리는 산재보험을 통한 산재 처리보다 보상 수준이 낮은 데다, 공상 처리를 이유로 산재 접수를 포기하면 장해보상연금 등 노동력 상실에 따른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급받은 급여는 공단에서 사업주에게 돌려주게 돼 노동자에게는 추가 부담이 없다”며 “특히 산재 접수는 사업주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신청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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