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부의 조선 해운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 이미 구조조정 중인 기업들의 생사도 결정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조선과 해운산업에 수십조원의 여신이 물려 있는 상황이라 기업 구조조정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5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장관급 고위관계자는 '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현안회의)를 열고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오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를 개최한 뒤 그동안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업에 대한 산업 구조조정 방안도 이 자리에서 발표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성동조선, 한진중공업 등 개별기업 차원에서 이뤄진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조선업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다시 내놓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현재 진행이 더딘 해운사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 수위가 재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이 급물살 탈 것으로 보이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조선업체에 제공해 온 수십조원의 보증과 대출로 진퇴양난에 처했다. 국책은행이 떠안은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 위험노출액(대출·보증·회사채 포함)이 이달 말 2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위험노출액은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한진해운 여신(2000억원)과 회사채(5000억원)을 포함해 8조3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의 위험노출액은 12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담보 설정 여신 일부에 대해 회수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담보 채권"이라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최악의 경우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정부가 투자한 조 단위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된다"고 우려했다.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서 추가 자금이 필요하지만, 국책은행의 건전성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연체 채권(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조3269억원으로 2014년 말 3조781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말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부실여신은 4조374억원으로 2014년 말 대비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여신만 지난 1년 사이 5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 특수은행의 위험노출액이 크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시중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주요은행들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 위기나 불황에 시달리는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도를 아직 B등급으로 평가한 상황이다.
신용위험도는 A∼D의 네 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C∼D등급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으로 분류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모두 54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인 C∼D등급에 포함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당시 구조조정 진행중인 조선업 등은 신용위험평가 대상에서 빠지면서 시중은행이 주채권으로 있지 않은 조선, 해운사에 대해서는 정상에 가까운 평가를 내린 경우가 있다"며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막대한 충당금을 쌓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정부는 오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를 개최한 뒤 그동안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금융위원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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