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돌라는 경제적인데다가, 무엇보다 친환경적입니다. 안전성도 높아 경사가 심한 지역에 매우 적합하지요.”
정주현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은 충북 제천 청풍호 곤돌라 실시설계 코디네이터를 맡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곤돌라 추진 과정에 자문 및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곤돌라 전문가다. 그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남산 곤돌라’ 사업에 대해 기존 남산 케이블카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증가하고 있는 남산 해외 관광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곤돌라 설치가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정 이 사장은 이와 함께 뉴욕과 런던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관광과 교통 대안으로서의 곤돌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주형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사진/박용준기자
곤돌라의 개념이 아직 생소하다.
경사가 심한 지형에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줄을 달아 사람을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을 삭도라고 한다. 궤도, 차도 같이 교통수단 종류 가운데 하나로 외국에서는 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일부에만 한정된 상태다. 지하철보다 보상비가 적게 들며, 도로보다 환경 파괴를 하지 않고, 이들을 합친 것보다 안전한 장점이 있다.
곤돌라, 케이블카, 리프트는 기술적인 용어가 아니라 혼용되기도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교주식, 자동순환식 등으로 나뉜다. 1970년대까지는 케이블카(교주식)으로 주로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곤돌라(자동순환식)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기계적 결함이 발생하면 공중에 대기하는 시간이 발생해 뉴스 등에서 위험성이 부각되지만, 기술 발달로 대부분은 5분 내에 조치가 가능한 정도다. 로프가 끊어지는 인명사고는 최근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스위스 삭도협회는 비행기, 자동차 등 모든 탈 것 중에 곤돌라가 가장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산에는 이미 케이블카가 있다.
현재 남산에 있는 케이블카는 커다란 캐빈 두 개가 왕복하는 교주식이다.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최근 선진국에서는 교주식을 많이 쓰지 않는다. 또한, 남산 중턱에 정류장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지 않고, 이미 방문객이 꽉 차 주말에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남산은 가까운 명동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관광명소로 이미 온 사람들보다 앞으로 올 사람들이 더 많다. 계속 캐빈이 순환돼 사람이 많이 탈 수 있는 곤돌라를 설치하면 수요를 분담할 수 있다. 노선이 다르고 필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설치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환경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연을 100%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곤돌라가 가장 적게 환경을 훼손하는 수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산에 캠핑을 하거나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사람이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게 당연한 이치다.
사람이 지상에서 남산 정상까지 도보나 차량으로 오르면 그 길을 따라 ‘선형’으로 환경이 훼손되지만, 곤돌라를 타면 지주가 설치되는 부분만 제한적으로 ‘점형’ 훼손이 발생한다. 다른 산들도 행락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데, 북한산만 하더라도 등산로가 300개가 넘는 상황이다.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면, 등산로를 일부 폐쇄하거나 차량 진입을 막을 수 있으며, 이는 배기가스 배출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실제 등산객들에게 물어본 결과, 대부분이 곤돌라가 설치된다면 등산 대신 곤돌라를 선택하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산 정상부까지 차로 가기 위해 도로를 내거나 송전탑을 설치해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고, 곤돌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안타깝다.
당연히 곤돌라도 사업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실제 공사 과정에서 지주 위치를 선정할 때 동·식물 서식을 고려하기 마련이다. 남산 같은 경우에도 노선 길이가 1㎞도 안 되기 때문에 지주가 문제라면 로프 높이를 높이면 아예 지주를 설치도 안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외국 선진국들도 등산로를 만들지 않거나 줄이면서 곤돌라로 관광수단을 삼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스위스 1만5000개, 오스트리아 8000개 등 산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들은 등산 대신 곤돌라를 대중화했으며, 개인 전용 곤돌라까지 사용할 정도다.
호주 케언즈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만들어진 스카이레일은 열대우림지역 8㎞에 철제 기둥만을 넣는 방식으로 도로 포장 없이 탐방이 가능하다. 콜럼비아 메들린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빈민촌에서 도심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곤돌라를 설치했다.
영국 런던, 독일 코블렌츠, 미국 뉴욕 등은 삭도를 활용해 관광과 교통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으면서 도시 품격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도심 명물로 자리잡은 영국 런던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템즈강을 가로질러 런던 중심부와 올림픽 파크 등을 이을 교통수단으로 도입했으며, 경전철 및 지하철과 연계해 교통카드 사용도 가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 역시 도심교통수단으로 맨해튼 미드타운과 르즈벨트 섬을 연결해 1회 2500원만 내면 바로 도심으로 출·퇴근 할 수 있다. 70m 높이에서 맨해튼, 이스트 리버, 퀸스브로 브릿지 등도 감상할 수 있다.
라인강과 모젤강 합류지점에 위치한 독일 코블렌츠는 구 시가지와 라인강 건너편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를 802m 길이로 이어 세계문화유산인 도이치 에크를 한 눈에 감상하는 관광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까운 대만 타이베이시는 지역 특산물인 차와 원주민 문화를 활용해 관광수단에다 지역 특성을 더했다. 공사 중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 중장비를 배제하고 인력으로만 시공하기도 했다.
향후 국내에서의 전망은 어떤가.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곤돌라는 경사가 있는 지역에 쓰일 수 있는 훌륭한 보조 운송수단이 될 수 있다. 예전에 은평 뉴타운에서 서울 도심으로 이어지는 곤돌라를 검토했지만, 당시 환경단체 반발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이 사업이 진행됐다면 지하철, 도로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교통체증을 한결 해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지하철과 도로의 건설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전철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곤돌라는 경전철보다 싸고 보다 친환경적이다. 장기적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이 뒤따른다면 우리도 유럽이나 중남미처럼 관광용을 넘어 교통수단으로 곤돌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