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명심과 달랐다"…'찐명 대전' 승자는 '정청래'
정청래, 전 지역 경선 '승리'
"오로지 당심만 믿고 왔다"
'권리당원 힘' 보여준 선거
2025-08-03 17:35:54 2025-08-03 17:35:54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의 선출은 권리당원의 힘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이 '명심 마케팅'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정 대표는 "오직 당심만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항상 '당심'(당원들의 마음)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여의도 입김'과 대의원의 영향력이 권리당원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 결과이기도 합니다.
 
박, '명심 마케팅'에도…정, 권리당원 투표 '싹쓸이'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8·2 민주당 임시 전국당원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61.74%를 획득해 이재명정부 첫 여당 대표로 뽑혔습니다. 38.26%를 얻은 박 의원과의 격차는 23.48%포인트에 달합니다.
 
지난달 19일과 20일 각각 치러진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부터 정 대표는 박 의원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충청권에서 62.77%, 영남권에서 62.55%의 높은 득표율이 발표되고 '정청래 대세론'이 형성됐습니다. 충청권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정 대표는 "결과에 대해서 좀 놀랐다"며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폭우 피해 상황을 감안해 남은 경선을 한 번에 진행했던 지난 2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의 권리당원 투표 결과 또한 정 대표가 66.49%로 박 의원(33.51%)을 압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정 대표가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곳은 수도권(경기·인천)입니다. 정 대표 68.25%, 박 의원 31.75%로 격차는 36.5%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지역구가 있는 권역에서 패배한 것이 박 의원(인천 연수구갑)에겐 뼈아픈 대목입니다.
 
서울·강원·제주에서도 정 대표가 67.45%의 득표율을 보이면서, 박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한 차례도 정 대표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 반영비율은 55%입니다.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컸던 터라, 선거 중반 이미 끝난 게임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습니다.
 
국민 여론조사(30% 반영)의 경우 정 대표가 60.46%의 득표율로 박 의원(39.54%)을 따돌렸습니다.
 
정 대표가 유일하게 뒤진 부분은 전국대의원(15% 반영)입니다. 박 의원이 53.09%의 과반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며 정 대표(46.91%)를 이겼으나, 격차를 크게 벌리진 못했습니다.
 
'강선우 낙마'에 역풍…국회의원·대의원보다 '권리당원'
 
두 사람은 '친명'(친이재명)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이는 만큼 선거 초반 큰 차별점이 없었습니다. 박 의원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내세우기에 집중했고, 정 대표는 '당심'을 저격했습니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명심보다 당심이 통한 셈입니다.
 
명심이라고 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선거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사무실인 의원회관 '818호'를 물려받았다거나, 이 대통령의 선거를 총괄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후원회장으로 임명했다는 점을 피력하며 명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이 다른 노선을 걷게 된 분기점은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여성가족부 장관 낙마입니다. 박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좌진 갑질 의혹'에 휩싸인 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부담을 자신이 덜어주고, 명심을 업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박 의원의 '승부수'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불과 17분 뒤 강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되레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미리 강 의원의 사퇴 여부를 알고 선거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입니다.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동료 의원을 겨냥한 박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며 역풍을 불러왔습니다.
 
지난 2일 당시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선거로 여의도 정치인의 입김과 대의원의 영향력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박 의원 측은 자신을 지지하는 35명의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한 데 이어 '내란종식 특별법' 발의에 100여명 이상 의원들의 동의를 받았다며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권리당원들은 정 대표를 택했습니다. 여의도 정치인이나 대의원들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 대표는 지난달 31일 SNS에 "국회의원의 '오더 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박 의원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직·언론의 힘보다 SNS 등 매체의 파워를 보여준 선거이기도 합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꾸준히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반면 정 대표는 자신의 SNS에 수해복구 현장에서 일하는 사진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올렸고, 짧은 메시지가 담긴 글로 입장을 전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찬대 의원이 정청래 대표보다 지역 조직을 더 잘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조직이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 대표는 '당원 주권 정당'을 표방하며 자신을 당대표로 만들어 준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을 높여갈 예정입니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1인 1표' 시대를 열겠다"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당원의 뜻을 하늘같이 떠받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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