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까지 날아서 단숨에…남산, 시민 곁으로
서울시, 2018년 곤돌라 설치 추진…30년생 소나무 6만 그루 식재 효과
2016-03-08 06:00:00 2016-03-08 06:00:00

서울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인 남산에 예장자락과 정상부를 잇는 친환경 곤돌라가 2018년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의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 통감부, 헌병대사령부가 자리했다가 군사정권 때는 중앙정보부 건물이 위치하면서 치욕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곳이 제 모습을 되찾아 시민들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훼손 문제와 기존 남산 케이블카가 있는 상태에서 서울시가 나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을 환경과 운영 효율성, 경제적 효과면에서 짚어봤다.(편집자주)

 

서울시가 2018년 남산 예장자락부터 정상부까지 설치를 추진하는 곤돌라 조감도.사진/서울시

 

 

대만 타이베이 마오콩’, 캐나다 밴프 타운’, 뉴질랜드 퀸즈타운 스카이라인. 관광객들에게 소문난 세계적 관광 명소다. 지역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곤돌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 덕유산 국립공원 곤돌라도 유명한 광광지이다.

 

곤돌라(Gondola)와 케이블카(Cable Car)는 혼용되기도 하지만, 모두 삭도의 한 종류로, 삭도(Ropeway)는 차도, 철도, 궤도 등과 같이 교통수단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산과 같이 경사도가 심한 지형에서 사용되며, ·하차 장소인 정류장, 정류장과 정류장을 잇는 로프, 정류장 사이에 로프를 받치는 지주, 로프를 이용해 사람을 운송하는 캐빈 등으로 구성된다.

 

삭도는 바람에 다소 약하지만, 고장률이나 사고율이 낮고 빠른 이동시간, 안정적 운영, 저렴한 설치 비용, 환경훼손 최소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구조에 따라 커다란 캐빈(최대 150인승)이 특징인 케이블 카’(교주식), 4~35인승 캐빈으로 이뤄진 곤돌라’(자동순환식), 8명 이하가 의자에 탑승하며 스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프트’(고정순환식)으로 나뉜다.

 

남산, 인사동·강남보다 관광객 많아

 

7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 정상부를 찾는 방문객은 131000명 정도(지난해 4월 주말 기준)201312만명 수준에서 급격하게 늘었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 남산이 촬영장소로 쓰이면서 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남산을 찾는 외국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으로 정상부를 찾는 인원만 113000여명, 이들이 이용하는 차량만도 1780여대에 달한다. 케이블카 이용객은 주말 평균 5700여명, 도보 이용객은 14800여명으로 추산된다.

 

문화관광체육부의 2014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 남산은 인사동, 홍대, 강남역 등을 제치고 4위에 해당하는 42.5%의 방문비율을 보였다. 201331.6%에서 1년 만에 10.9%나 상승한 수치다.

 

남산 케이블카’ 54년 전 설치수용 한계

 

남산에는 민영회사가 1962년부터 국내 최초로 운영 중인 남산 케이블카가 있다. 하지만, 운영을 시작한지 54년째고 남산 방문객이 늘면서 기존 케이블카만으로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개의 캐빈을 왕복으로 운행하는 교주식 삭도인 남산 케이블카는 시간당 576명만 탈 수 있어 주말이면 최대 1시간 반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다. , 남산 중턱에 정류장이 위치해 명동역 3번 출구에서 730나 떨어져 있으며, 정류장이 위치한 소월길은 주말만 되면 불법 주·정차 차량이 뒤엉켜 만성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1대에 48명이 탈 수 있는 캐빈은 전원 입석으로 교통약자에게 불편한데다 많은 인원이 입석으로 빽빽이 탑승하다 보니 오르내리면서 남산을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어 운임도 8500(성인 왕복)으로 저렴하지 않은데, 상부 승강장이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추가 시설개량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가 남산에 설치를 추진 중인 곤돌라 캐빈 이미지. 사진/서울시.

 

 

관광 편의성 확대 기대

 

서울시가 설치를 계획 중인 곤돌라(자동순환식)는 재생사업이 추진되는 남산 예장자락에서 정상부를 잇는 888구간으로, 명동역 1번 출구에서 300지점에 승강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캐빈은 총 25대가 운영될 예정이다. 1대에 8명이 앉을 수 있어 남산과 인근 지역에 대한 관광이 더 수월해진다. 운임은 성인 1인 왕복 기준으로 기존 케이블보다 3000원 저렴한 5000(잠정) 정도로 예정되어 있다.

 

남산에서 내려오는 네 자락(한남·장충·회현·예장) 가운데 곤돌라가 설치되는 예장자락은 도심과 가장 가까워 만큼 보행접근성이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관광허브를 조성하는데도 적합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 서울시는 곤돌라를 시간당 1200명을 운송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하루 400대 가량 정상부를 오가던 관광버스 통행이 필요 없게 된다. 자연히 매연 등 부수적인 환경오염 문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운영되는 노선버스는 시간당 수송능력이 떨어지고 차폭이 넓어 보행에 불편을 끼치는데다 배기가스, 타이어 분진 문제로 추가 확대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긍정적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남산을 자동차 배출가스 없는 대기청정지역으로 지정했는데 그 실천방안 중 하나가 곤돌라 신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곤돌라를 신설하면 정상부 방문객 밀도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방문객 불편 없이 화석연료차량 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청정지역 지정 당시 서울시가 정상부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화석연료 차량 통제와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에 각각 80%가 넘는 인원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모노레일이나 전기차 등이 있지만 여러 면에서 비교분석 해보면 곤돌라가 한수 위다. 운송면에서 모노레일은 시간당 950명을 운송할 수 있어 곤돌라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설치과정에서 환경 훼손, 조망권 제한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는 환경훼손이 적지만 운송 가용인원이 시간당 398명 밖에 안 돼 설치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곤돌라 설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경훼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기존환경을 최대한 보존한다는 원칙에서 설치를 추진해 환경훼손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환경 최대한 보존

 

서울시는 우선 자연 생태지반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전망대로 이용 중인 기존 데크를 상부 승강장으로 활용해 승강장 바닥면적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지주 설치 문제 역시 남산 북사면의 식생환경을 고려해 중간지주 위치를 정한 뒤 수목 훼손을 생태적 보전 가치가 적은 지역으로 제한함으로써 해결할 계획이다. 또 조립식 가설 삭도 지주를 인력 수송을 통해 설치하고 헬기를 활용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식생 훼손을 최대한 방지할 방침이다.

 

곤돌라 설치로 인한 경관 영향이 문제될 수 있지만 사업 전·후를 비교·예측해본 결과 예장자락 능선과 고층 건물 등에 가려 경관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곤돌라 사업의 수익금도 환경 보호사업에 투자된다. 서울시는 운영 첫해에 55억원, 운영 10년차에는 91억원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를 전기차·전기자전거 등 친환경 사업에 사용하거나 환경단체 활동을 지원하도록 제도화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452톤 감축, 8275억 생산효과

 

서울시는 곤돌라 설치 사업으로 연간 452톤의 온실가스, 연간 26.8의 배기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30년생 소나무를 연간 68582그루를 심고 질소산화물을 연간 3645덜 배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또한, 곤돌라 운영 10년간 8275억원을 생산하는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 관광객 증대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곤돌라 사업을 예장자락 재생사업과 분리해 별도로 추진할 방침이다. 다음 달 안에 입찰공고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남산 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곤돌라 자체가 도심의 양호한 경관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정의 주요 기준이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오는 7월부터 2018년까지 설계 및 공사가 진행된다. 서울시는 공사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시공방법을 채택해 공사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훼손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곤돌라는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남산에 설치하면 관광버스 운행을 통제해 대기질 개선이 기대된다전문가와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해 친환경적인 시공 및 운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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