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실적이 제약사 순위를 좌우했다. 전통적으로 내수 강자가 시장을 주도한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해외진출에 매진하는 업체가 매출 상위권에 포진했다. 제약업계 생태계가 내수 시장에서 수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000100),
녹십자(006280)가 연결기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한미약품이 매출액 1조3175억원으로 1위에 등극했다. 매출액이 전년(5562억원)비 73.1%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매출액 1조1287억원으로 전년(1조1123억원)비 10.9% 증가했고, 녹십자는 1조478억원으로 전년(9753억원)비 7.4% 늘었다.
3개사는 모두 수출 부문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2014년 4위를 달리던 한미약품이 단숨에 1위에 올라선 것은 지난해 초대형 수출계약에 따른 계약금 유입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무려 약 8조원에 달하는 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올 1분기까지 유입되는 총 계약금은 7000억~1조원에 달하며, 이중 5000억원 정도가 지난해 매출액에 반영됐다.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원료의약품 수출액은 1873억원으로 전년(1475억원)비 26.9% 증가했다. 글로벌에서 C형간염치료제의 원료 수요가 늘면서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여진다. 녹십자는 의약품 부문 해외 매출이 2054억원으로 전년비 27% 증가했다. 특히 독감백신, 수두백신 등 백신 부문 수출은 국제기구 입찰 수주 물량 확대로 51.5% 증가했다.
지난해 제약사 순위가 수출 중심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2000년대 무렵부터 전문의약품의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규제책으로 내수 시장이 한계에 직면하자 제약사들의 영업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내수 중심의 제약사들은 성장이 둔화되는 반면 해외수출에서 성과를 나타내는 제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저성장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출에 매달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제약사들이 살아남으려면 내수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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