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긴급 회의를 연다고 밝혀 어떤 얘기가 나올지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OPEC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의지가 없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감산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향후 국제유가 전망도 밝지 않다는 지적이다.
◇21일 비회원국도 참여하는 OPEC 긴급회의 개최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OPEC 본부.
사진/OPEC 홈페이지
19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1일 OPEC은 특별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는 회원국 외에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등 8개 비회원국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장에서는 10월 말쯤 OPEC이 긴급 회의를 열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공식 OPEC 장관급 회의는 12월에 예정되어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 급락에 대해 회원국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긴급 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유가 하락으로 인해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베네수엘라가 지난 8월부터 꾸준히 긴급 회의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최대 원유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감산에도 반대해 왔고 긴급 회의에도 반대했다.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이란 또한 강력하게 감산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에도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테헤란에서 열린 ‘2015 이란 석유 에너지 전시회’에서 “현재 유가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OPEC 회원국이 감산해서 유가를 70~80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긴급 회의에도 감산 가능성은 낮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산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날 감산을 주장한 이란 석유장관도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데니스 가트먼 가트먼레터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번 회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기술적 성격의 회의”라면서 “베네수엘라는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이 없이는 중요한 결과는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일러 리치 7:00 리포트 에디터 또한 “OPEC의 감산 논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여가 없는 한 그저 아이디어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12월에 있을 OPEC 장관급 회의에서도 감산이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2일 OPEC은 "내년 석유시장은 수요와 공급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 사실상 12월 회의에서도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 마켓워치,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감산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디스, 유가 전망 하향 조정 “상승 동력 없다”
따라서 하락세를 이어가는 국제유가의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해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4% 하락했다. 공급 과잉 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공통석유데이터(JODI)에 따르면 사우디의 8월 상업용 원유재고는 3억2550만배럴을 기록하며 전월 2억2020만배럴에서 더 늘었을 뿐 아니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량도 전주보다 756만배럴 증가한 4.68억배럴로 로이터 전망치보다 2배 높게 집계됐다.
이렇게 공급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중국 내 지표는 꾸준히 악화되며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감을 부추기고 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 수준을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 목표치 7%에 못 미쳤다.
따라서 기관들은 유가 전망치를 낮게 제시하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WTI의 내년 가격 전망을 52달러에서 48달러로 낮췄고 브렌트유의 가격 전망 역시 57달러에서 53달러로 낮춰 잡았다.
스티브 우드 무디스 기업금융 상무이사는 “과잉 공급이 이어지고 있고 재고도 넘치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더 오래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투자가 줄어들어 공급이 감소해도 이란의 원유 수출이 증가하면 내년 유가에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주 전에는 골드만삭스 역시 WTI 가격 3개월, 6개월, 12개월 전망치를 42달러, 40달러, 45달러로 낮게 제시했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탈 파트너는 “현재 공급 과잉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지표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감은 유가에 두가지 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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