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미 국채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크게 흔들리면서, 소비자 대출 금리를 보호하고 50년래 최악의 침체로부터 경제를 끌어내려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노력을 손상시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고용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FRB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대한 의심이 커지자 미 국채 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FRB가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는 상황. 시장은 미국 정부가 언제까지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메릴린치의 무브(MOVE) 지수 옵션가에 따르면 국채 가격 변동성이 6개월래 최고치까지 치솟음에 따라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 3.90%까지 상승했다. FRB의 국채 매입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무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면서 국채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에 연동해 모기지 금리도 계속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스 팜 비치의 뱅크레이트 닷컴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 4월 4.85% 기록에서 5.45%까지 올랐다. 현재 주택구매자들의 비용은 지난해 12월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국채 수익률, 소비자 대출 금리, 그리고 가격 변동은 FRB가 소위 말하는 양적 완화정책, 즉 국채 및 모기지 채권 매입을 위한 1조7500억달러 정책을 확장할 것인지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02년이래 8.6bp를 유지하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양적 완화정책 계획이 발표된 지난 3월 18일 이후 12bp에 달하고 있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의 국채 투자자 토마스 로스는 “변동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고 매일 더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FRB가 미 국채 구매를 늘릴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FRB 계획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단기금리)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FRB의 국채 매입으로 대출비용(장기금리)은 상승하고, 경제가 수축하는 현 상황은 버냉키 의장의 선임자인 앨런 그린스펀이 FRB를 이끌 때 맞닥뜨렸던 문제와는 정면으로 반대되는 도전이다.
2005년 2월 그린스펀 의장은 상원에서 2004년 6월 이후 미국의 정책금리(단기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장기 채권 수익률(장기금리)이 하락한 것은 “수수께끼”라고 말한 바 있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마크 맥퀸은 “현재 FRB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수조달러의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도, 기준금리를 계속 낮은 상태로 유지하겠다고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 ‘아무것도 하지 마라’
버냉키 의장 및 FRB 관계자들은 경제 전망 개선과 재정 적자 증가가 대출 이자를 더욱 높이고 있다며, 국채 매입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FRB는 10년만기 국채 수익률과 30년만기 모기지 금리 차를 지난 12월 3.37%p에서 현재 1.77%p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었다.
뉴욕 연방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지난 주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전망이 밝아지고 있기 때문에 높아진 국채 수익률에 대한 해결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양적완화정책 비판 거세져
메르켈 총리 등 일각에서 주요국들의 양적 완화 정책과 정부의 예산적자 등이 인플레이션을 야기, 새로운 위기를 잉태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FRB가 국채 매입에 나서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화정책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경고를 지지하며 FRB, BOE, ECB를 겨냥한 메르켈 총리의 비판이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추켜 세웠다.
하지만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 후 미국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그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냉키 의장은 과도한 예산적자를 우려하면서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해 앞으로의 정책 향방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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