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춘절 연휴 혼잡을 피해 2주 가량 앞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리졔멍(여·35) 씨는 고급 예물시계, 명품 핸드백, 선물용 고가 한방화장품 등 2박3일 일정에 모두 3000만원 어치 쇼핑을 했다.
국내 한 백화점에서 입점 브랜드와 할인 행사를 소개하는 우편광고 발송 광고책자를 받아 보고 점찍어 두었던 여러 상품들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담았다. 중국어 안내 책자와 통역서비스 덕에 예상보다 쇼핑이 일찍 끝나 요즘 중국인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경리단길과 가로수길까지 알찬 관광까지 마치고 돌아갔다.
춘절(春節)은 노동절, 국경절과 더불어 중국 3대 연휴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설에 해당하는 명절로 2월18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연휴가 이어진다.
춘절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있는 유통업계는 그동안 매출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다.
특히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의 통 큰 씀씀이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커진 분위기다.
이번 춘절연휴 기간 국내 방문 예정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할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해가 갈수록 1인당 구매 단가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이번 춘절기간(18일~24일) 한국 방문 요우커는 10만명 이상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여행지출 내역을 비교하더라도 요우커의 평균 소비지출액은 2270달러로 전체 평균 대비 38%나 높아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호화경품 까지..유통업계 춘절 마케팅 '올인'
백화점, 면세점은 일찌감치 춘절마케팅에 들어가면서 수천만원대 호화경품까지 내걸며 요우커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대형 쇼핑백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본점과 잠실, 부산본점에서 가장 많이 구매한 중국인 고객 1명을 선정해 2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왕관을 증정한다.
신세계(004170)백화점도 중국 은련카드로 5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신세계상품권을 지급하는 것과 더불어 명동 일대에서 '판다 퍼레이드'를 펼쳐 요우커들의 눈길을 살길을 사로잡는다는 방침이다.
신라면세점 구매금액에 따라 화장품, 주얼리 등으 구매할 수 있는 금액권을 증정하는 한편 롯데면세점도 500달러 이상 구매한 중국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대상 1명에게 순금 300g으로 만들어진 양과 항공권, 숙박권 등을 증정한다.
화장품 업체들도 요우거 인기품목을 중심으로 대용량 제품을 한정 출시해 선보이거나 고급라인으로 제품을 구성해 1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의 세트상품도 출시했다.
명동은 차이나타운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테리어 교체는 물론 중국어 능통 판매직원을 전면 배치하며 요우커 맞을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일부 매장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요우커 인기 관광코스인 N서울타워 이용권, 식사권 등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내걸고 춘절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엔저로 요우커 일본行·역직구 활성화로 직접 소비↓
한편 이번 춘절 기간에도 차이나머니 파워가 유통업계 숨통을 틔어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두 가지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저와 역직구 이용 확대다.
엔저바람을 타고 요우커들이 일본으로 몰려가면서 일본 정부가 비자 규정까지 완화하며 요우커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국 간 요우커 모시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유통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요우커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찾던 요우커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예상보다 춘절 특수가 축소될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유통업계에서도 엔저로 중국인 방문객들이 늘어나자 다양한 마케팅력을 총동원해 중국인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며 "가격 매력에 더해 비자 완화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춘절에도 일본에 빼앗기는 요우커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역직구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요우커가 국내로 들어 오더라도 직접적인 소비로 연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이 역직구로 대체되면서 춘절기간 매출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방문 즉,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구매로 넘어가면서 국내에 들어 오더라도 이전만큼 쇼핑에 치중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역직구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이벤트성 소비보다는 일상생활의 소비여력이 확대되면서 춘철 특수가 약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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