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중소기업 고유 영역인 공공조달 시장에 중소기업으로 위장 참여해 부당이익을 챙긴 파렴치한 기업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중소기업청은 28일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엄격히 제한된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사업을 따낸 26개 기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난 2년간 공공 입찰시장에서 따낸 금액만 1041억원에 이른다.
이는 중기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약 3달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 중인 3만92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중기청장이 지정한 가방과 책상, 의자 등 207개 품목은 중소기업간 경쟁에 의해서만 낙찰자를 선정, 중견 및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금지돼 있다.
적발된 위장 중소기업들은 조사기간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 6월 적발됐던 위장 중소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장에 납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 규모도 2013년 474억원에서 이듬해 540억원으로 13.9%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소프트웨어(SW) 위장 중소기업이 가장 많았다. 적발된 SW업종 위장 중소기업은 26곳 중 9곳으로 36%를 차지했다. 20억원 미만의 SW관련 입찰에 중견 및 대기업의 참여가 금지되면서 경쟁이 비교적 수월했기 때문이다.
납품 규모 별로는 시스원이 최근 2년간 총 476억원을 납품하며 가장 많은 이익을 챙겼다. 시스원은 SW 개발업체로 중견기업 케이씨씨홀딩스의 위장 업체다. 같은 기간 247억원을 납품한 남동레미콘, 88억원을 납품한 남부산업 등도 이번 조사에서 적발됐다.
특히 중견기업 삼표의 경우 총 5개의 위장 중소기업을 통해 252억원의 납품 실적을 올렸다. 유진기업과 다우데이타도 2개 씩의 위장 기업을 통해 각각 89억원, 56억원의 몫을 가로챘다. 이밖에 쌍용양회공업 60억원, 고려노벨화약 50억원 등도 혐의가 드러났다.
◇위장 중소기업 명단 및 최근 2년간 납품규모(자료=중기청)
중기청은 이번에 적발된 위장 중소기업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공공조달 시장에서 즉각 퇴출시키는 한편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또 향후 매년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해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한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최수규 중기청 차장은 "위장 중소기업 실태조사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구축의 일환"이라며 "공공조달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기업을 영구히 퇴출시켜 정직한 중소기업을 위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소기업계는 '위장 중소기업 퇴출'에 대한 논평을 통해 "업계는 이번 적발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며 "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소기업들도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고 공정한 공공조달 시장 환경 정착 및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에 앞장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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