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말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둔 정부가 20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연다. 그러나 정부는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이에 반대하는 농업계와의 충돌이 우려된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와 관련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4월에 열린 1차 공청회에 이은 두번째 공청회로, 정부는 이달 말까지 지역별 설명회를 진행한 후 쌀 관세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정부는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1995년 이후 20년간 쌀 관세화를 미루면서 세계에서 유일할 정도로 특혜를 받았고 시장 개방을 유예한 대신 수용한 쌀 의무수입량이 올해만 40만9000톤에 이르기 때문. 더는 쌀 관세화를 미룰 명분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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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9일 WTO가 필리핀의 쌀 관세화를 5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면서 쌀 의무수입량을 현재보다 2.3배 늘리고 관세율도 40%에서 35%에서 낮추는 한편 쌀 이외의 품목에 대한 개방 폭을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더 고민에 빠졌다.
만약 우리나라도 필리핀처럼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쌀 의무수입량을 지금보다 2.3배를 늘리면 쌀 의무수입량은 약 94만톤이 되는데 이는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의 20%에 육박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량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쌀 의무수입량만 늘어나 쌀 가격 하락이 더 가속화된다는 게 정부의 측 설명이다.
그러나 농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쌀이 단순한 시장경제 논리로 다룰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농민의 생존권과 식량주권 문제와 연계된 매우 예민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국내 쌀 산업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쌀 소비량이 하락하는 마당에 쌀 시장 개방보다는 쌀 소비량 증대와 쌀 시장 활성화 대책을 먼저 꺼내야 한다는 것.
이에 농업계는 이날 공청회 때도 상경 규탄대회를 진행하며 쌀 관세화 유예 반대를 주장하기로 했다. 또 오는 28일에는 전국농민회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어서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정부와 농업계 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쌀 시장 전면개방을 반대하는 농업계의 시위가 열렸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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