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처음에 후지필름의 X-T1을 봤을 때 속된 말로 '멘탈 붕괴'가 왔다. 분명히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했는데 외관은 누가 봐도 필름카메라(SLR)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복잡해보이는 다이얼들이 기자를 위협하는 느낌이었다.
최근 출시되는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조작을 편하게 하기 위해 메뉴얼을 P(프로그램), A(조리개 우선), S(셔터속도 우선), M(수동) 등으로 단순화하고 있는 것과 역행한다.
물론 올림푸스 펜(PEN)과 OM-D 시리즈, 니콘의 Df 등이 이 같은 복고 컨셉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하긴 했지만 올림푸스 조작은 이보다 단순하다. 니콘은 과거 필름카메라 여러대를 사용해봤기에 진입 장벽이 낮았다.
◇후지필름의 미러리스카메라 'X-T1'외관과 상단(사진=후지필름코리아)
후지필름이 8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선보인 X-T1은 필름 카메라의 디자인과 조작계를 계승했다. 필름 재장전용 레버나 촬영을 마친 필름을 되감는 리와인드 크랭크가 없는 것을 빼면 옛날 카메라와 흡사하다. 견고한 마그네슘 바디에 가죽 느낌을 더했다.
이 제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자식 뷰파인더(EVF)다. 235만 화소에 0.77배율로 크기가 크고 화질이 선명하다. 현존하는 모든 디지털 카메라 중 가장 넓은 배율을 자랑한다.
◇X-T1은 '버티컬 뷰' 기능을 통해 세로 촬영 시에도 카메라 촬영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사진=후지필름코리아)
특히, '버티컬 뷰' 기능은 카메라를 세로로 세워서 촬영할 경우 ISO·조리개값 등의 촬영 정보도 자동으로 세로로 바뀐다. 보통 다른 카메라들은 이미지만 세로로 바뀌고 숫자치는 그대로 가로로 남는 것과 비교된다. 평소 세로그립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편한 기능이다.
하지만 EVF의 밝기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EVF를 통해 노출 등을 조절한 경우 색감과 밝기 등에 있어서 결과물과 일정 부문 괴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X-T1의 모니터는 3인치로 104만 화소다. 위로 180도, 아래로약 45도 휘어지는 틸트 방식이다. 단, 터치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니콘의 Df와 달리 X-T1에는 동영상 기능이 탑재됐다. 풀 HD(1920x1080) 화질에서는 14분, HD 화질에서는 27분까지 연속 촬영을 지원한다. 타임랩스 기능도 추가했다.
◇필름시뮬레이션의 '프로 네가 스탠다드'로 촬영(사진=뉴스토마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이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과거 후지필름이 필름을 제작하던 노하우를 그대로 재현했다. 설정에 따라 이미지의 채도와 색조 대비·선명도·흑백 등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용량이 큰 RAW 파일로 설정하지 않고 JPEG로 사진을 촬영해도 RAW 파일에서 느낄 수 있는 색감을 만끼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파일을 JPEG로 설정하고 자동모드로 촬영해도 색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인물 촬영에 특화된 아스티아(ASTIA)를 사용하면 아름다운 피부색을 얻을 수 있다. 요즘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경쟁적으로 인물이 예쁘게 나오는 기능을 채택하고 있다.
결과물이 예쁘기는 하지만 '보정이 이뤄졌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위적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후지필름은 인물의 피부톤을 주위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어두운 카페에서도 인물의 피부색이 발게 표현되며 배경과도 조화를 이룬다.(사진=뉴스토마토)
타사 제품과 마찬가지로 ▲로모카메라 ▲미니어처 ▲팝컬러 ▲하이키 ▲로우키 ▲다이나믹톤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후지필름은 다중노출 기법을 제공해 사진 위에 또 다른 사진을 겹쳐 촬영하는 재미를 더했다. 설정을 맞춘 후 A 장면을 촬영한 후 B를 찍으면 결과물은 A+B형식으로 합성된다.
◇'다중노출 기법'을 사용하면 두 장의 사진이 하나로 합성된다. (사진=뉴스토마토)
접사도 편하다. 바디 앞부분에 접사 버튼이 따로 마련돼 있어 누르기만 하면 된다.
아울러 후면에 배치된 '포커스 어시스트'를 누르면 내가 원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는지 뷰파인더나 LCD 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접사를 시도해봤다. '포토 어시스트'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부문에 초점이 맞춰졌는지 뷰파인터나 lcd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사진=뉴스토마토)
더블 데크 다이얼에 다양한 기능이 숨겨져 있다. 카메라를 사용하다가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나중에는 마치 보물찾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다이얼들이 점점 익숙해지다보니 사용하면 할수록 편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별다른 설정 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촬영이 되는 시대가 열렸지만, X-T1은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또 미러리스 카메라의 아쉬운 점으로 지목되는 촬영 시 셔터가 닫힐 때 느낄 수 있는 '손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초소형·초경량'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 비하면 X-T1은 다소 무겁다. 최근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의 바디 무게가 285g인 것에 비해 X-T1은 배터리를 포함해 450g이다. 여기에 세로그립까지 더하면 웬만한 DSLR 무게와 맞먹는다.
◇포커스가 피사체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어서 피사체가 흐릿하게 나왔다.(사진=뉴스토마토)
X-T1은 초당 8.0프레임의 고속 연사 속도를 자랑하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가는 초당 8연사의 트래킹 오토포터스(AF)를 지원하지만 실제로 동체를 찍었을 때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1/4000초가 최고속 셔터스피드라는 점도 다소 아쉬운 점이다.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 제품의 셔터스피드가 1/8000초까지 나오고 있다.
◇'다이나믹톤'으로 촬영한 하늘(사진=뉴스토마토)
X-T1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디지털카메라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촬영 후 보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색감과 노출, 선명도가 뛰어나다는 것. 또 처음엔 무척이나 복잡하게 느껴지는 메뉴 버튼과 다이얼들이 익숙해지면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IT기기의 범람 속에서 간단한 촬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용성 측면에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X-T1은 DSLR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미러리스 카메라로 유인하거나 콤패트·입문용 미러리스카메라에서 DSLR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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