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상영관 축소 '또 하나의 약속', 기적은 사그라드나
2014-02-05 13:23:25 2014-02-05 13:43:57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두고 영화 관계자들은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제작비를 모으는 과정부터, 촬영 중에 발생한 위기를 극복해낸 과정, 시사회 후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으면서 제작비를 추가확보하는 대목까지 이 영화는 기존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과 다른 지점이 많았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박철민은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끊임없이 목이 메었고,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이 주인공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듯 했다.
  
다양한 사연을 들은 취재진은 '또 하나의 약속'에 참여한 배우와 제작진을 두고 용기있는 사람들이라며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도 여기까지인가 싶다. 영화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영화관에서 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약속' 배급사 OAL에 따르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또 하나의 약속' 개봉관을 7개 극장과 3개 극장에서만 상영하기로 했다.
 
특히 메가박스는 10개 이상의 개봉관을 배정하기로 잠정 약속해놓고, 영화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배급사에 통보도 하지 않은채 3개의 상영관을 배정했다. 롯데시네마도 배급사에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7개만을 배정했다. 이마저도 교차상영인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미리 예매를 한 관객들은 영화관으로부터 구매취소 요구를 받았다. 이 같은 제보가 OAL에 속출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변화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영화관이 소위 '갑'인 영화계 현실에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영화관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영화에 접근한다. 사람들이 많이 보면 상영관 수를 늘리고, 안 보면 줄인다. 배급사 NEW가 CJ나 롯데, 쇼박스처럼 자체 영화관이 없음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이러한 영화관의 마인드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또 하나의 약속'에는 영화관 특유의 장사꾼 마인드가 보이지 않는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 영화는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에 이어 6.8%로 예매율 3위를 기록중이다. 4위인 '남자가 사랑할 때'보다 2.9% 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예매율이 높은데도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외압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개봉 자체를 막아버리는 이번 정황만 놓고 봐서는 외압에 대한 의심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이 영화를 막으려고 하는지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번 '또 하나의 약속'이 영화관의 상식 밖의 결정에 무릎을 꿇는다면 영화인들의 심리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영화 제작에 10억원 가까이 피해를 보는데 어느 누가 '또 하나의 약속'과 같은 영화를 만드려 하겠는가.
 
아울러 영화관의 이같은 행태는 원하는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수요를 배신하는 한편 영화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갑이니 우리가 틀어주는 거나 봐라"는 논리로 해석된다. 멀티플렉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영화산업의 권력자인 멀티플렉스는 관객들의 바람에 반하는 행동을 멈추고, 상식을 되찾길 바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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