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약속' 포스터 (사진제공=OAL)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보도자료부터 감성을 적시기는 처음이다. 3분여 짧은 예고편에서도 뭉클함이 전달됐고, 감독 및 출연 배우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도 감동이 묻어있었다. 굴지의 투자배급사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해 일반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영화의 사연마도 가슴을 울렸다.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 박철민은 울 각오로 기자들 앞에 선 듯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 스무살 여성의 아버지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업과의 인생을 건 재판을 다룬 이야기를 담는다.
이는 지난 2011년 6월 23일 국내 최고기업 삼성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인정받은 故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다.
영화의 예고편 및 메이킹영상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출연진 및 감독의 소감을 들어보는 '또 하나의 약속' 제작보고회가 7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소재의 한 음식점에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태윤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철민, 윤유선, 유세형, 박희정 등이 참석했다.
이 영화는 대형 투자배급사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해 일반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를 받아, 제작비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 내내 제작비와 씨름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김태윤 감독은 "영화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 있을 때가 많았다. 영화를 다 만들어내지 못하면 제작PD와 함께 DVD라도 구울 생각이었다"면서 "이렇게 제작보고회를 하게 되고 언론시사회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딸을 잃은 아버지 상구 역을 맡은 박철민은 "첫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영화가 못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첫 촬영 때, 세트비 2~3천만원이 부족한 상황에 갑작스러운 투자를 받았을 때 울컥했다"며 "앞으로 영화가 개봉하고 울컥할 일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목소리에는 약간 목이 메어 있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 이들의 용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감독은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드려는 용기를 갖게 됐을까.
김태윤 감독은 "어떤 소재든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사회에서는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싸우는 사람이 아니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어떤 것이든 걸림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취재진은 "여전히 진행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갔으면 하는지와 특히 삼성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면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박철민은 "민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다. 배우로서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그럴 거라고 믿는다"며 "우리 영화같이 사회 민감한 문제를 영화적인 해석을 통해 만든 영화들이 사랑을 받기도 한다. 이 영화도 그런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를 알고, 예쁘게 해결하는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상기의 아내 역을 맡은 윤유선은 "'또 하나의 약속'은 한 가족의 아픈 이야기다. 가족을 잃은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 역시 원치 않은 사고를 겪은 것이라 생각한다. 성장만 바라보고 달려가다가 생긴 일 같다"며 "이제는 서로 좀 배려하고 둘러볼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또 하나의 약속'은 오는 2월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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