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포스터 (사진제공=OAL)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4일 오후 '(속보)'라는 말머리가 붙은 보도자료가 왔다. 오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마케팅 홍보를 맡은 OAL에서 보낸 메일이었다. '대기업 외압설 속 예매율 1위! 개봉일은 다음주??'라는 애매한 제목이었다.
보도자료는 롯데시네마가 '또 하나의 약속'을 전국적으로 7개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내용이다. OAL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서울, 인천, 일산, 부산, 대구, 포항, 청주의 각 1개극장에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대전, 광주, 울산을 포함해 전주, 수원, 안양, 부천, 분당, 천안 등에서는 상영이 되지 않으며 강원도와 제주 지역은 극장이 하나도 배정되지 않았다.
다른 멀티플렉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OAL의 한 관계자는 "메가박스의 경우 배정을 했다가 갑자기 취소해, 예매를 한 관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전산망에 따르면 '또 하나의 약속'은 4일 오후 6시 현재 멀티플렉스 기준으로 64개 극장 83개 스크린을 배정받았다. 이와 별도로 개인소유 극장 20곳이 영화상영을 결정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 영화는 예매율 5.3%로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에 이어 예매율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OAL측은 오는 6일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또 하나의 약속' 뿐이라 200개 가까운 스크린을 배정받을 것이라 당초 예상했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배정 스크린 수는 100여개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이는 예매율 1.6%로 10위를 기록 중인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4일 오후 6시 기준, 265개 스크린)에 비해서도 매우 적다.
'또 하나의 약속'의 박성일 프로듀서는 "우리 영화 배급사도 약 10년 넘게 이쪽 일을 하셨던 분들이라 영화관 관계자들과 교감이 깊다. 언론시사회 때만 해도 반응이 좋았었다"면서 "4일 오전까지 개봉관을 확정지어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롯데 측에서 '7개 밖에 줄 수 없을 것 같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지난 2007년 삼성 반도체를 상대로 故 황유미씨의 죽음과 그 진상을 밝히려는 아버지 황상기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대기업에 취직한 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딸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려는 아버지와 그 재판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유족 측이 1심은 승소했지만 삼성의 항소로 2심이 진행중이다.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과의 싸움이라 영화를 만든 이들의 용기에 박수가 쏟아진 작품이다. 12억원 정도의 적은 제작비로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도 높다는 평가다.
그동안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외압이 없었냐는 질문이 많았다. 김태윤 감독은 "외압은 없었다"고 당당히 말해왔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행동은 외압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영화 개봉관을 지정하는 프로그램팀이 내부 기준으로 개봉관을 확정했다. 프로그램 팀 관계자와 연결을 시켜줄 수도 없고, 이렇게 말 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성일 프로듀서는 "영화관은 기본적으로 장사꾼 마인드라서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개봉관을 늘린다.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영화관 위의 권력에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이에 대해 비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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