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삼성그룹이 지분 단순화 작업에 나섰다. 이를 두고 삼성이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하고 삼성생명을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삼성생명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739만6968주)를 취득했다. 취득 금액은 총 2641억원이다.
삼성카드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기존 28.6%에서 34.41%로 확대됐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1대 주주 삼성전자(37.45%)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랐다.
◇삼성그룹(사진=뉴스토마토)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율이 30%를 넘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중간금융지주회사 법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상 상장사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자회사로 편입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밑으로 금융 지분을 모아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려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삼성에버랜드는 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은 중간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중간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삼성카드 지분 취득은 수익률 제고 목적이라는 것. 삼성생명 관계자는 "수 십년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나 중간지주회사를 염두해두고 매입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간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증권·화재 등 삼성 계열 금융사의 지분을 모두 넘기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데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7% 이상인데 중간 지주사 체제가 되려면 이를 전부 처분해야 한다"며 "150만원을 기준으로 이는 10조원에 달하다는데 누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현재 중간금융지주회사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많이 들 것"이라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조세감면혜택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지주회사로 전환해서 쪼개는 게 삼성에게 이익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LG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2~3년간 준비 작업을 했다"며 "삼남매에게 지분을 나눠주기 위해서인지, 삼성카드가 금융쪽임에도 비금융회사 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조정하려 한 건지 속단하기 힘들지만 삼성도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의 통과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이 이를 염두해두고 지분 정리에 돌입했다는 것은 억측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전량 203만6966주(5.09%)를 1130억5200만원에 매입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상호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거래로 인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기존 7.81%로 늘어난다. 제일모직(13.1%)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분을 단순화 시키려는 차원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이번에 지분을 매각한 계열사들을 보면 경영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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