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저성장 흐름에 공약은 후퇴하고 나랏빚은 켜켜히 쌓여가고 있지만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국가재정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안이한 정책대응에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들까지 쓴소리를 쏟아내는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정부가 최근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예측한 내년 경제성장률 3.9%에 대한 정부와 여야 의원들간의 시각차이는 이날 국정감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까지 한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국감 위원들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임을 지적하고 정부의 획기적인 대책을 주문했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는 일관된 의견을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내년에도 국세수입이 올해 추가경정 예산대비 3.9% 성장하리라 예측했는데 올해 세수결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무책임한 예측"이라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정부 채무는 올해 기준 480조원, 내년에 사상 최초로 5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공공기관 부채와 가계부채 역시 올해 520조, 980조에 이른다"고 "3개 주체의 부채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내년도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3.9% 경제성장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내년에 3.9% 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짰는데 IMF와 한국은행 등이 다 낮췄다. 성장률 예측이 틀리면 이미 잡은 세입이 제대로 못 들어오는 것이다. 25조 적자예산을 편성했는데 적자가 더 불어나는 것이다. 과다한 예측이 적자폭을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이만우 의원은 현오석 부총리를 향해 "3.9% 달성이 가능하겠냐"며 "2008년부터 보면 정부 성장예측은 5%가 아니면 4% 였는데 실제 성과는 2%대에 그쳤다. 문제는 성장률 전망이 세입예산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정부 성장률을 조정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오석 부총리는 "3.9% 전망은 정부가 상반기에 발표한 투자활성화 조치들이 실시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전망은 중립적인 것으로 달성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가 뜻을 굽히지 않자 의원들의 비판도 거세졌다.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이후 두번째로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 성장률에 미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경제팀이) 일하는 것을 보면 해이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정부 정책 중에 역점사업은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복지국가 만들기, 재정 건전화 등이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재정 건전화는 경제 활성화가 되지 않고서는 아무 희망이 없는 분야인데 계획만 잔뜩 세워놓고 실천이 잘 되지 않고 있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매우 답답하다"고까지 덧붙였다.
김태호 의원은 "경제 전망을 했으면 달성을 위한 방향이 뚜렷하게 보여야 한다. 틀을 갖춰놓고 짜맞추기를 하는 인상을 준다"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다보면 재정은 급속하게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한데 솔직하게 획기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재정이 나빠질 여지가 큰데 획기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아 국민과 시장이 걱정하고 있다"며 "'증세없이', 혹은 '세목신설 없이'의 구호에 묶이지 말고 대통령에게 국가 100년대계를 위한 제언을 해야 한다"고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보다 못한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의 연말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 시기를 12월 초로 앞당겨 세입예산 심의에 반영할 수 있게 하고 국가재정법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세입 경정 등 추경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추경을 안하겠다는 말도 앞으로는 하지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성장전망에 대한 불신은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을 모두 합치면 105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9.3% 수준"이라며 "국가채무 증가를 피하기 위해 4대강 사업, 공공주택건설 등 대규모 재정투입이 필요한 국책사업을 공공기관에게 떠맡겼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부채가 더욱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부채문제가 더욱 악화되기 시작해 국가, 공기업, 가계할 것 없이 모든 경제주체가 심각한 빚더미에 앉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가계 및 공공부채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는 만큼 솔직히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한구 의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10년부터는 국가채무를 초과하게 됐고 2012년 말 국가채무 대비, 공공기관 부채 비율이 111.2%에 달한다"며 "이는 재정사업 성격의 국책사업에 보금자리주택, 4대강 등에 공공기관이 동원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질책했다.
각종 공공기관장의 공석이 장기화되고,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김석기 전 경찰청장이 임명된 것이 더해져 공공기관의 운영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의 부채는 늘어나고 수익은 줄어만 가는데 기관장은 돈 잔치에만 혈안이 돼 있다. 현 상황은 총체적 위기 국면"이라며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부채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기 사장 임명에 대해서는 김 사장이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전문성과 비전 등에서 꼴찌를 하고도 임명이 강행된데 대한 야당 의원들의 '낙하산' 비난이 쏟아졌다.
조정식 의원은 "공직생활 평생을 경찰에 종사해 항공분야에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데, 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서는 전문성과 비전 항목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김 사장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로 넘어와서는 최종 후보로 올라가 사장으로 지명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부실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공운위 운영법에 보면 위원 구성에서 노동계 인사를 위촉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 위촉된 9명의 인사 중 노동계는 단 한명도 없고 2명의 공석이 있는데도 노동계 인사를 위촉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이러니 김석기 전 청장이 무사 통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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