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네, 오늘 전력수급 상황은 말 그대로 전력위기가 눈앞에 닥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서울 한낮 온도는 32.8도를 기록했고 대구와 대전, 포항 등에서는 폭염이 계속돼 대구 등 일부 지방은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에 아침부터 냉방기 가동 수요가 급증했는데요, 오전 11시11분부로 순간 전력 예비력이 350만㎾ 밑으로 떨어지자 전력거래소는 전력경보 준비를 발령했습니다. 이는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인데요, 이래도 전력수급 관리가 안 되자 오후 1시39분에는 관심까지 발령했습니다.
관심은 전력수급 경보 3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올해 관심 경보가 내려진 건 지난 6월5일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오늘 전력거래소가 판단한 최대 전력수요는 7760만㎾였습니다.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이 8500만㎾고 현재 신고리 원전1호기 등 6기의 원전이 가동을 멈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은 최대로 공급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앵커: 네,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로 다 공급해도 전력경보가 걸린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전력 수요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정부가 마련한 하계 전력수급 대책은 효과가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정부의 전력수급 대책은 있어도 큰 효과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정부는 올여름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5월31일 하계 전력수급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계약전력 5000㎾ 이상 전력 다소비업체는 하루 4시간 최대 15%까지 절전하고 문 열고 냉방 영업을 금지하게 하고, 실내 온도를 26도에서 28도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우선 여름철 더운 날 에어컨을 못 틀게 하는 등 실내온도를 제한하는 게 효과가 있냐는 건데요. 한마디로 쥐어짜기식 절전이라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시민들은 더운 날씨가 아니라 정부 정책 때문에 열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할 정도입니다. 또 문 열고 냉방영업 금지의 경우에도 가게 영업을 하는 분들은 정부 때문에 손님이 끊길 지경이라고 아우성입니다. 이러다보니 절전은 절전대로 안 되고 시민 불만은 불만대로 커지고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폭염이 이어지는 두 달 동안 정부의 대응책은 여기서 전혀 변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동안 산업부는 시민과 기업 대상으로 여러 번 절전 대책회의와 캠페인을 벌였지만 5월에 발표한 전력수급 대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두 달 넘게 가만히 있었을 리 없고 정책을 수립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책을 제대로 논의할 사람이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바로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기관 기관장들이 공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게 바로 인사실패인데요, 이는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금융이나 산업 가릴 것 없이 주요 공공기관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전력기관은 상황이 심각한데요, 국내 발전용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 관리 책임자인 한수원 사장이 두 달 넘게 공석입니다. 그 밖에 일부 발전사 사장 등도 자리가 비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장기적인 전력수급 대책은 세우지도 못하고 기존에 만들었던 그러나 효과는 없는 정책만 계속 되풀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7월25일 한진현 산업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에너지공기업 간담회에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하계 전력난 극복을 위해 제시된 대안은 시설 유지관리, 내부기강 단속, 지속적인 절전운동 전개 등이 전부였습니다.
앵커: 네, 당장 전력위기가 왔다면서 대책을 논의할 사람도 없고 주요 의사결정을 할 사람도 없다면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문제가 심각할 것 같은데요. 발전기가 고장이라도 나면 즉각적인 조치도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좋은 지적하셨는데요. 지금 시민들은 물론 관련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지금 정부는 최대 발전량을 다 가동해서 전력공급을 하고 있는데요, 이 상태에서 발전기가 고장 나거나 자칫 송전선에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닥치게 됩니다.
실제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전력거래소에서 긴급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이미 전력수급 상황은 막다른 골목에 왔다”며 “전력시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력기관장이 공석인데 과연 이게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시설을 관리하고 내부기강을 단속할 수장이 없는데 정부가 채근만 한다고 해서 되겠냐는 겁니다.
앵커: 네, 지금 정부 산하기관에 기관장이 없다는 게 큰 문제네요. 그러면 올해 여름은 어떻게든 버틴다고 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문제는 어떤 게 있습니다.
기자: 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오는 2033년까지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계를 총망라하는 에너지 계획인데요. 지금처럼 전력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면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큰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논의될 것은 현재 국내 23기를 보유한 원전 비중을 확대하느냐 줄이느냐인데요. 지금 한수원 사장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검토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당장 여름은 넘겨도 겨울이 되면 이번에는 난방 수요가 올라가 또 전력난이 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한데 지금 이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공석입니다.
상황이 참 웃기게 돌아가고 있는 셈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차 떼고 포 떼고 어떻게 날씨와 싸우라는 것이냐”며 “정부에 신속하고도 공정한 인사를 요구했습니다.
앵커: 네, 정부는 말로는 전력난을 극복하자고 하면서 실상은 제대로 된 전력수급 대책을 마련하지도 못했고, 장기적으로 전력대책을 세울 전력기관장도 없네요. 참 상황이 심각합니다. 그렇다면 매년 반복되는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수요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에 비해 무척 싼 편인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평균에 비교해도 그 80%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현재 전반적인 물가 상승 분위기 때문에 공공요금을 올리면 서민들에 부담을 준다는 여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 산업계에서 전력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수요별로 요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지난 7일 신인천 복합화력발전소를 방문해 “올해 10월쯤 전기요금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적어도 연말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위기 극복을 위한 또 다른 대책으로는 기업 등에 자가발전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즉 정부가 한정된 전력시설 때문에 전력공급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기업에 자체적인 발전시스템을 갖추게 해 모자란 발전을 하게 하자는 겁니다.
앵커: 네, 설명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