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부자 대 서민` 편가르는 시대
2013-02-18 10:35:29 2013-02-18 16:13:50
1.아내.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경제 뉴스도 열심히 챙겨 보고, 주거래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최신 투자 트렌드도 꾸준히 습득한다. 올해 들어 그녀의 레이더 망에 걸린 뜨거운 키워드는 바로 `절세`와 `즉시연금`이다.
 
"절세가 해답", "즉시연금 광풍" 따위 문구에 귀가 솔깃하던 차에 아내는 '오늘 단 하루만 판매'라며 홈쇼핑 완판 멘트 뺨 치는 즉시연금 상품 소개 기사에 즉시 전화기를 들었다. 한참 보험사측 설명을 듣다 보니, 기대가 점점 실망으로 변했다. 한번에 수억원 규모의 목돈을 예치해야 의미가 있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정산 환급은 예년처럼 `13월의 보너스` 수준이 되긴 힘들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데다가 실제로 인터넷에서 환급금액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도 신통찮아 아쉬웠는데 인기 폭발이라는 즉시연금은 현금부자들에게나 인기지 자신은 꿈꿀 형편도 아니라니. 18년만에 부활한다는 `재형저축`이 어떤 상품인지나 알아볼까 싶다. 씁쓸하다.
 
2. 남편.
 
퇴근 후 가끔 치맥 한잔이나 스크린골프 한 게임 치는 게 취미라면 취미인 월급쟁이인 그는 수북이 쌓인 이메일 틈에서 "고객님을 위한 특별한 제안"을 만난다.
 
내용인즉슨, 지금 쓰고 있는 카드보다 더 혜택이 많고 편리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라는 카드사의 판촉이다. 품격 있는 생활을 위해 필수라며 호텔,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 이용할 때나 명품 구매, 해외여행 등에서 타 카드와는 차별화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소개한다.
 
아내 명의의 신용카드에 딸린 가족카드를 받아 쓰는 남편이기에 슬그머니 '이 기회에 내 이름으로 하나 만들까' 하는 마음도 생긴다. 기왕 읽기 시작한 광고, 마우스 스크롤에 탄력을 붙여 훑어 내려가다가, 매년 내는 연회비가 수십만원이란 대목에서 턱 걸렸다.
 
결제시 할인 해준다는 곳들이 평소 흔히 이용하는 업소들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혜택을 얼마나 제공해 내가 이득을 보길래 카드사에 이만큼 회비로 내나 본전 생각도 들고, 벌이가 웬만큼 되는 사람들 씀씀이가 대개들 이런 수준인가 부럽기도 하다. 내 것이 되기엔 버거운 카드인 것 같아 메일을 지운다. 씁쓸하다.
 
3. 아내와 남편.
 
맞벌이 부부라 대화시간이라고는 각자 늦은 퇴근 후 잠깐뿐이지만 눈 맞추며 그날 일을 공유하기 즐기는 그와 그녀다. 잠시나마 마음을 흔들었던 테마, 아내는 즉시연금과 재형저축을, 남편은 VIP카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달리 오늘은 커피가 쓰다며 잠시 침묵. 이윽고 재개된 대화의 첫마디는 공교롭게도 이구동성으로 툭 터뜨린 자조 섞인 질문이다.
 
"우리, 과연 중산층이기는 한 걸까? 어느 영화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더니, 요즘 대한민국, '서민을 위한 나라는 없다'인가?"
 
최근 금융분야와 관련된 소식들을 보면, 부자와 서민 편가르기가 어째 점점 더 심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정책을 확대하려면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해 보이나, 불경기에 너도나도 살기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드높고, 세수 늘릴 방도도 마땅찮다.
 
그래서 비과세 혜택을 줄이니 부자들은 VIP모시기에 사활을 건 금융회사들의 친절한 컨설팅 아래 `세(稅)`테크를 재산증식의 새로운 기회 삼아 헤쳐나가고 있지만, 마땅히 목돈이 없는 서민들은 절세 전략은 고사하고, 실질금리 제로에 쪼그라든 비과세 혜택이 아쉽기만 하다.
 
일례로, 서민층의 사랑을 받았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의 비과세 혜택도 지난해 말에 사라지고, 세금우대 종합저축은 우대 한도가 당초 4000만원이었던 것이 2007년에 반으로 줄더니 2009년에는 10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저축 장려 캠페인을 한다며 금융권이 이달 초부터 배포한 상품 안내서에는 자산형성 물가연동국채를 추천하고 있지만 최소 투자금액이 2000만원부터이니 아무리 좋은 추천상품이라도 목돈 없이는 그림의 떡이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재형저축도 금리는 4% 초반이 예상된다고 하니, 이래저래 서민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헛웃음만 는다.
 
더 가치 있는 고객과 덜 가치 있는 고객을 구별해 각각에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segmentation, targeting), 애초에 고객이 희망하고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비싼 것을 사도록 유도하는 추가판매(up-selling)가 마케팅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공존과 형평성의 가치가 간과되어서는 안되겠다.
 
훈훈한 봄바람을 기다리듯 부자 대 서민으로 편가르기보다는 부자와 서민이 함께 나아가는 분위기가 퍼지기를 기대한다.
 
김종화 경제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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