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금융, 잘모르나 관심많고 열심이나 바람직하진 않아
2013-01-23 10:00:00 2013-01-23 10:00:00
퀴즈를 몇 개 내겠다. 먼저 쉬운 문제부터.
첫 번째 문제. 다섯 명의 형제가 선물로 총 10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형제들이 똑같이 돈을 나눌 경우 1인당 얼마씩 가지면 되는가? 정답은, 200만원. 너무 쉬운가.
 
그러면 약간 난이도 있는 두 번째 문제. 인플레이션율을 3%로 가정할 때 형제들이 위의 1000만원을 받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1년 후에 받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지금 돈을 받아서 사는 경우와 비교해 어떻겠는가? 난센스 퀴즈가 아니기 때문에 정답은 `더 적다`이다.
 
세 번째 문제. 당신이 100만원을 연이율 2%의 저축성예금에 저축한 뒤 추가적인 입출금이 없다면 1년 뒤 당신의 계좌에는 얼마가 남아있겠는가?
마지막 문제. 위의 예금계좌에 100만원을 5년 동안 입금해 둔다면 5년 뒤에 이 계좌에 남아있을 금액은?
 
세 번째, 네 번째 문제의 정답은 알려주지 않겠다. 자신 있게 정답을 말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잘 모르겠거나 자신이 없다 해도 너무 쑥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세 번째 문제를 맞힌 사람은 절반 정도, 네 번째 문제를 맞힌 사람은 4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했다.
 
느닷없이 왠 퀴즈냐고?
 
최근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18세~79세 사이의 성인 1068명을 면접해 조사한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지식(Financial Knowledge)`, `금융행위(Financial Behavior)`, `금융태도(Financial Attitude)` 등을 묶어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을 평가하고, 타인에 대한 금융서비스 의존 여부 등을 묻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과 소득과 교육수준 등을 묻는 사회인구학적 정보도 함께 조사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이 한 문장으로 정리한 우리 국민의 금융이해력 정도는 이렇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금융거래 행위 및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보수집 활동 등은 매우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으나, 합리적이고 건전한 금융·경제생활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행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남". 그다지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조사는 2008년 5월 설립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특별기구인 `OECD INFE(International Network on Financial Education)`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 금융교육과 관련한 국가간 정보교환과 국제표준(모범사례)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이 기구에는 현재 105개 회원국이 활동 중이며, 한국은 지난 2011년 4월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국 중 15개국, 즉 알바니아, 브리티시버진아일랜드(BVI), 아르메니아, 체코, 에스토니아,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페루, 폴란드, 남아공, 영국, 한국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이해력을 측정했다.
 
금융 관련 기본개념 중 원리금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세 번째 문제의 정답자는 52%로 15개국 중 12위(평균 58%)였고, 복리 개념을 묻는 네 번째 문제는 정답자가 26%로 10위(평균 30%)였다.
 
금융태도 부문에서는 "돈은 쓰기 위해 있는 것", "저축보다 소비에 더 만족감을 느낌" 등의 대답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아 5.0점 만점에 3.0점으로 최하위권인 13위였고, 금융지식 점수는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는 낮았지만 실제 금융행위 관련 지식의 점수가 높아 4위로 나타났다. 금융상품 선택을 위한 적극적인 정보수집 활동 등의 금융행위 점수도 5위로 조사됐다.
 
그러나 5위의 높은 성적을 거둔 `금융행위` 부문의 구체적인 질문 항목 가운데 `평상시 재무상황 점검(15위)`, `각종 대금의 적기 납부(13위)`, `구매 전 지불능력 점검(12위)` 등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합리적인 금융·경제생활을 위한 기본요건은 대체로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사회인구학적 정보와 연계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청장년층보다 중년층이, 군지역보다 대도시 거주자가, 자영업자보다 급여소득자가 금융이해력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상식적으로 생각되는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눈에 띄는 점은 `여성`의 금융이해력이다. 한국을 제외한 14개국의 금융이해력 평균은 남성 14.1점, 여성 13.7점으로 남성이 비교적 높았으나 한국은 남성 14.3점, 여성 14.2점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현명한 누군가가 남긴 그 유명한 경구(?)가 떠오른다. "한국 남자들은 세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성공한다"고 했던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 여자는 아내와 네비와 캐디란다. 아무튼 이재(理財)에 밝은 똑똑한 여성들이 많은 것이 한국의 미래에는 도움이 될 터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은 "알고 있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금융행위를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거시지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과장광고나 불완전판매 등에 노출될 경우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청소년 시기부터 금융에 대한 기본교육을 강화해 바람직한 금융행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지적이다.
 
한국 금융의 큰 축으로서 이 같이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니 그에 대한 개선방안 및 해결책도 적극 실천하리라 기대한다.
 
하나 더. 빗발치는 문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위의 세 번째 문제와 네 번째 문제의 정답을 알려드리겠다. 부디 독자들께서는 한국은행과 뉴스토마토로 전화하시지 말기를. 답은 각각 102만원과 110만4081원이다.
 
김종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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