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임명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두 달여 만에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을 진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하얀색 넥타이를 매고 행사에 참석해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협치 의지를 재차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이 새 정부 첫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반발해 보수 진영 인사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사실상 ‘반쪽 임명식’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출범 72일만 취임식…이 대통령 "국민만 믿고 직진"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80번째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국민임명식'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지난 6월4일 국회 취임 선서식 이후 72일 만에 열린 사실상 정식 취임식입니다. 대통령실은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주권 대축제'로 준비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편지'에서 "대한 80년 현대사가 증명하듯 대한민국 국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었다"며 "'국민주권정부'는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행사는 '국민 주권'의 가치에 따라 국민대표 80명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일 장갑차를 막아선 유충원·김숙정씨 부부, 고 방정환 선생의 후손 나영의·김영숙씨, 박항서 축구 감독 등 국민 대표 80명이 임명장을 전달했습니다.
특히 광복군 독립운동가였던 목연욱 지사의 아들 광복둥이 목장균 광복회원,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이연수 NC AI(인공지능) 대표, 허가영 영화감독 등 4명은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임명장을 큐브 위에 올려 '빛의 임명장'을 완성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행사 당일 푸른색 줄무늬가 들어간 흰 넥타이를, 김혜경 여사는 흰색 투피스 정장을 착용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흰색 넥타이에는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새로이 시작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출범 초부터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해 왔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우원식 국회의장 등 정부·국회 인사, 종단 및 노동계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비롯한 10대 기업 총수들도 참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국·윤미향 사면 후폭풍…보수 야권 '불참'
하지만 보수 진영은 '국민임명식' 행사를 전면 보이콧했습니다. 보수 야권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순자 여사,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 등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당 지도부는 같은 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야 대표가 얼굴을 마주했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임명식 전날부터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셀프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협의회 출범식에서도 "오늘 광복절 행사에 갔는데 대통령께서 지나가며 '저녁 행사에도 좀 오시지요'라고 해서 '우린 가지 않겠다'고 조용히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는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이 대통령이 연설하는 내내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여당은 이를 두고 '선거 정치쇼'라고 비판했습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튿날 서면 브리핑에서 "정치적 야욕을 위해 독립영웅과 시대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를 훼손한 것"이라며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부역자로서 계엄과 내란을 방조·옹호하던 국민의힘이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모습은 광복 후 태극기를 흔들던 친일 부역자와 다를 바 없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에 안 의원은 즉각 "이재명 (대통령)의 매국 사면을 옹호하는 앞잡이들에겐 정의봉이 약"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정의봉은 고 박기서씨가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 안두희씨를 살해하는 데 사용한 나무 방망이입니다.
국민의힘도 다음날 이 대통령이 국민임명식에서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편지'를 두고 "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며 "조국과 윤미향 사면을 강행하고 대통령 변호인단을 청문회 없는 요직에 앉히는 등 국민이 아닌 오직 우리 편만을 챙기는 진영의 대변자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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