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10년, 20년뒤 나의 노후는 어떤 모습?
2013-02-04 10:03:13 2013-02-04 10:03:13
지금으로부터10년 또는 20년 뒤, 당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상상해본 적 있는가.
 
당신이 지금10대나 20대라면 대개 학업,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테고, 아직은 제법 밝은 빛깔로 청장년층의 미래상을 꽤 다양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지금 40대 또는 그 이상이라면, 노후에 대한 고민 때문에 그 미래는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미래 상상이 별로 내키지 않는 후자 연령대의 독자들을 위해 필자가 대신 하나 그려 보이겠다. 단, `닥터 둠`도 울고 갈만큼 우울한, 그러나 당신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
 
"결혼 25주년이 되던 해에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왔고, 나는 결국 황혼 이혼남이 되었다. 이젠 아내, 딸, 내가 각각 다른 집에서 산다.
 
오늘도 느지막이 아점 한 술 뜨려는데 딸이 저녁때 들르겠다고 전화가 왔다. 웬일인가 싶지만 반갑다. 간만에 공들여 집을 정돈하고 딸을 맞이하고 보니, 벙글벙글 사람 좋은 미소를 날리고 있는 흑인 청년과 함께다. 요즘은 동네에도 외국사람이 흔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녀석이 내 사위가 되겠다고? 안 그래도 짧은 영어에 말문이 턱 막힌다.
 
그나저나 집주인이 이제는 월세가 대세라며 전세로 구한 이 집을 월세로 바꾸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연금생활자인 나로서는 부담이 만만찮다. 딸애 결혼자금으로도 목돈이 들어갈 텐데.
 
아, 내가 꿈꾸던 `폼 나는` 노후는 다 어디로 간 걸까."
 
위의 이야기는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 보고서에 나타난 최근 일이십년간의 변화상 중에서 노후 생활과 관련될 법한 키워드를 몇 개 골라 꾸며본 것이다.
 
첫째, 황혼이혼. 1990년에는 전체 이혼인구중 약 5.2%만이 혼인기간 20년 이상인 부부였지만 2011년에는 이 비율이 24.8%까지 높아졌다. 1990년에 결혼4년차 이내에 이혼하는 경우가 전체 이혼의 40%에 달했던 것이 2011년에는 27%까지 낮아진 것과 뚜렷이 대비되는 트렌드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5회에 걸쳐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자나 여자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대방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경향은 동일하지만 2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여자의 만족도가 남자의 만족도보다 낮다는 게 주목할 포인트다.
 
아내의 남편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나는 연령대가 55~59세인데, 이는 위의 황혼이혼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안 그런 부부도 많겠지만 대체로, 남편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둘째. 1인 가구. 지난 20년간 1인 가구 비율은 급속히 상승했다. 1990년 9%에서 2000년에는 15.5%, 2010년에는 23.9%로 껑충 뛰었고, 2025년에는 31.3%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의 연령대 구성을 보면 20대, 30대, 70대가 각각 75만 가구 이상으로 전체의 약 19%씩을 각각 차지하고, 40대와 50대도 각각 약 15%를 차지한다.
 
이처럼 나이대를 막론하고 혼자 사는 것이 급속히 일반화되고 있고,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독거노인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1인 가구가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사회적 지원이란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이나 공적 기구를 통하지 않고 친지나 이웃과 같은 일상적인 관계를 통해 얻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1인 가구의 급증을 사업기회로 포착해 소포장 제품이나 즉석식품, 대행 서비스 등을 물밀듯이 내놓고 있지만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소소한 도움이나 심리적 위로를 모두 돈으로 사서 충족할 수는 없다.
 
공적으로는 학계, 정부, 단체들에 의한 해법 제안과 실시에 더욱 힘이 실려야 하고, 우리 자신부터 외로운 이웃들을 좀더 챙기고 보듬어야 할 때다.
 
셋째. 외국인. 국내 체류 외국인은2002년 63만명에서 2011년 14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을 직장동료나 이웃, 친구로 수용하는 비율은 60~80%로 높게 나타났지만 가족 구성원, 즉 본인이나 자녀의 배우자로 수용하는 비율은 20~30% 수준이란 대목이다.
 
또, 외국인이 인력부족 일자리 보충과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외국인 증가로 인한 사회적 갈등 증가와 복지로 인한 세금부담을 우려하는 답변도 많았다.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대체로 '돈 벌러 왔다 가는 사람' 정도로 여기는 수준임이 드러나 있다. 물론, 이민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의 인식도 점차 바뀌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고의 전환이 어려워지는 경험적 진리를 생각하면 위의 이야기 속 아버지처럼 한국의 노후세대들은 어느새 부쩍 늘어난 외국인을 두고 심리적 불편함을 호소할 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월세. 전세 거주 비율은 1995년 29.7%에서 2011년 21.7%로 감소하는 반면, 월세 거주 비율은 같은 기간 11.9%에서 20.1%로 완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가주택 거주 비율은 거의 변함이 없다. 흔히들 전세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주택 임대방식이라고 하는데 제로금리의 현실에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앞으로 더 짙어질 것이다.
 
지난해부터 증권사와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월 지급식' 금융상품은 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 하향조정에 따른 절세 효과와 더불어 은퇴생활자의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주거형태 변화추세도 그 인기 지속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앨런 케이`라는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이란 어록을 남겼다.
 
앞서 소개한 우리 사회의 변화 동향에 공감이 간다면, 그에 맞게 작은 대책이라도 구체적으로 세워 실현되도록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10년, 20년 뒤의 노후가 궁금하다면 상상하는 모습대로 만들 방법을 궁리하자.
 
김종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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