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지난 13일 박태준 1주기 추모식이 열린 국립현충원 현충관. 박 명예회장의 부인 장옥자씨와 가족들이 추모사에 눈물을 터뜨리자, 수십대의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뜨렸다. 박 회장의 2녀 화가 박유아씨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추모식에서의 카메라 세례를 회상하며 "아버지는 '나라의 것'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박태준 회장은 이미 우리 정치경제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거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박태준은 곧 포스코다.
포스코는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하지만 오늘의 포스코는 사실 또다른 의미의 '관치'에 힘입어 성장했다. 박 명예회장이 포스코를 일구던 시절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절대적 가림막을 통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어떤 정치적 외풍 없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골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 이후 포스코는 민영화가 왼료되기 2년전부터 지배주주 없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 하에서 전문경영진의 책임경영과 이사회의 경영 감시 등을 강화한 '글로벌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룹의 수장이 바뀌고, 정권 실세가 연루된 비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정치 바람'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런식으로 정치가 포스코를 계속 흔든다면 아마도 포스코의 경쟁력은 급속히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잦은 CEO 교체는 사업의 연속성을 해친다. 또 정치권과의 연루 의혹이 빈번해지면 해외 투자자들과 기관들의 평가도 하락할 수밖에 없고, 회사의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게된다. 더구나 지금처럼 유례없는 장기불황 국면에서 자칫하면 정치에 발목을 잡혀 길을 잃을지 모른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철강사다. 세계적인 철강연구기관인 WSD가 3년 연속 포스코를 경쟁력 1위 업체로 꼽기도 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상태였지만, 1973년 조강시설을 준공한 이래 1998년 조강생산 기준 1위의 철강회사로 발돋움했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세계 경제사에서 괄목할만한 족적을 남긴 포스코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이닥친 글로벌 경제 위기가 현재 포스코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철강시장은 지금 생존을 위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과잉공급에 불황까지 겹쳐 철강회사들이 너도나도 감산과 자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다. 세계 조강생산량 순위 탑10안에 중국업체가 6개나 들어갈 정도로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포스코를 뒤쫓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국내시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해외 사업도 추진해야한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힘써야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철강생산 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포스코는 지금 자원개발과 에너지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 애쓰고 있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원가절감 등을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치'를 끊어내야 한다. '관치'의 환상도 벗어던져야 한다. 포스코 스스로도 정치의 눈치를 보는 행태와 잘못된 공기업적 정서, 관행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비로소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포스코의 시작과 인연이 깊다는 한 인물이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또 다시 정치와 포스코의 밀월 관계가 우려된다. 정치여, 포스코를 놓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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